[기고] 프랑스 기업인의 질문
지난달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경제인조찬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2분간 프랑스어로 연설했다. 이는 젊은 시절, 잠깐 유학했던 나라를 39년 만에 다시 찾은 대통령의 ‘개인적 선택’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비즈니스 외교를 하는 치밀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라는 게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의 솔직한 소회다.

올 들어 몇 차례 대통령 해외 순방길 수행원으로 참가했다. 가슴 뿌듯한 건 순방 내용이 갈수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진화를 지속적 발전의 기반 위에 변화와 변혁이 녹아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지난달 유럽 순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게 있다. 벌써 두 달가량 흘렀지만 어느 언론,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당시 조찬간담회에서다. 자동차부품업을 한다는 한 프랑스 기업인이 ‘한국 자동차산업과 노조’를 언급하며 “직원들 임금은 끝없이 높아지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 대한민국은 어떤 방안을 갖고 있나”라는 식의 질문을 해왔다. 그 순간 “아하, ‘발레오전장’ 얘기구나”라고 직감했다.

프랑스의 유명 자동차부품업체 발레오는 한국에도 현지법인을 몇 개 갖고 있다. 그런데 충남 천안에 있던 한 회사는 2009년 청산해버렸고, 이젠 경북 경주에 있는 그 회사(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최근 이 회사 노조 조합원들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이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이제 직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랑스 본사가 ‘이런 상황이라면 발레오전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감안하면 알토란 같은 일자리만 2500여개를 잃을 처지다.

세계경제포럼에 의하면 프랑스 인근 독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6위다. 시간당 노동생산성도 55.75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경직된 노동시장에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6.2달러에 불과하다.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니 최하위권 아닌가. 최근엔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현실화, 정년 연장 등 기업을 옥죄는 180여개 법안이 수면에 올라 와 있다. 기업 현장에선 생존, 그 자체를 고민하게 하는 치명타들이다.

이런 처지라면 국빈 방문한 대통령 면전에서 현지 기업인이 한국의 임금과 생산성 문제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사람들 운명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늘 궁금했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