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지난 19일 이후 국내 증시는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지수가 타격을 입은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엔저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점을 들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 하락의 대표적인 피해 업종은 자동차주와 철강주다. 반면 정보기술(IT), 건설, 일부 내수주는 상대적으로 엔저를 피해갈 수 있는 ‘방어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가파른 엔低…거슬러 오를 종목은

○양적완화 축소 누른 엔저

일본은행(BOJ)은 연간 60조~70조엔의 통화 확대정책을 지속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 상승여력보다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악재가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증시 영향이 양적완화 축소라는 호재보다 국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양적완화 축소가 발표되고 난 뒤에도 국내 증시가 강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은행에서 통화 확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엔화가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통화 확대를 할 수 없는 만큼 하반기에는 환율이 다시 조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 점한 IT

엔화가치 하락이 국내 증시에 약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도 선방할 것으로 꼽히는 종목들은 IT주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15% 오른 3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IT업종 대장주인 이 종목은 엔화가치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10월1일부터 이날까지 오히려 주가가 16.69%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4.38%), SK C&C(13.04%)도 상승했다.

엔화가치 하락에도 일부 IT업종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업종이 일본과의 경쟁관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재용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1년간 추세를 보면 일본 IT기업보다 국내 IT기업의 수출 규모가 더 컸다”며 “IT업종의 경우 시장지배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강해졌기 때문에 엔화가치 하락에도 시장 점유율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으로부터 소재를 들여오는 건설주와 일부 내수주도 엔저 방어업종으로 꼽혔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에서 원재료를 구입해오는 건설업종, 생활용품 등의 일부 내수주는 엔화가치 하락으로 약간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엔화 투자로 환평가이익이 발생하는 종목, 엔화 부채가 있어 환율 하락에 따라 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종목도 수혜 대상”이라고 했다.

○자동차,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반등

대표적인 엔저 피해업종인 자동차업종은 최근 3개월간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대장주인 현대차는 10월1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10.55% 하락했다. 기아차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16.23%, 1.57% 떨어졌다. 서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업종과 철강업종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에 비교하면 불리할 것”며 “특히 현대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상임금 문제까지 겹쳐 당분간 주가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업종의 글로벌 수요까지 고려했을 때는 주가 반등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