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서울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에 한 부부가 아이를 안고 찾아왔다. 2주 동안 산모와 신생아가 지내는 비용은 400만원. 이들은 현금 결제를 조건으로 업체와 흥정한 끝에 20만원을 할인받았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이 산후조리원에 국세청 조사반이 들이닥쳤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에서였다. 곧 이 업체가 수년간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통해 10억원 상당의 소득을 탈루한 사실이 밝혀졌다. 산후조리원은 5억원의 과태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폐업했다. 신고한 부부는 포상금 76만원을 챙겼다.

'현금영수증 미발급' 뛰는 자…'신고로 포상금' 나는 자

○신고 기한 확대 효과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신고 제도가 강화되고 의무발급 업종이 확대되면서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 특히 포상금을 노린 ‘세금 파파라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2144건에 그쳤던 신고 건수는 올 들어 4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세청은 의무발급 대상인데도 현금영수증을 소비자에게 발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에 미발급 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대신 신고자에게는 20%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신고 기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거래 후 1개월이던 것이 지난해 2월부터 거래 후 5년으로 대폭 확대됐다. 신고 기한이 늘어난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면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과거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것은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거래 후 1개월’이란 기한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후조리원의 경우 선불로 계산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조리원에 있는 동안 신고하기엔 찜찜하고, 퇴원 후 불과 2~3주 만에 국세청으로 달려가기도 멋쩍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한이 5년으로 늘면서 이 같은 심리적 압박감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예식장 등에 대한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진료와 각종 서비스 등을 충분히 이용한 뒤 1년 정도 지나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신고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소비자가 거래 내역만 입증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간이 영수증이나 계좌 이체 등의 기록을 국세청에 제출하면 된다.

○신고 기준 30만원→10만원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게 국세청의 전망이다. 지난 10월부터 보석상 미용실 운전면허학원 포장이사업체 등 10개 업종이 의무발급 업종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기존 병원 골프장 산후조리원 부동산중개업 예식장 등을 합해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 수는 44개로 늘었다.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은 30만원 이상 현금 거래 시 소비자의 요청이 없어도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이 기준도 1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포상금은 미발급 금액의 20%지만 건당 300만원, 개인별로 연간 1500만원의 상한선이 적용되고 있다. 포상금은 소액이지만 신고를 당한 업체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다. 수십, 수백건의 미신고 거래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엔 처음부터 포상금을 노리고 현금 할인을 먼저 제안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터넷 등에는 ‘현금영수증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자세한 기법까지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현행 제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직을 포함한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이 30~40%에 달하는 주된 원인이 현금 거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내년에도 의무발급 업종을 확대하는 등 현금영수증 제도의 고삐를 더 죌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