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지, 팔찌, 귀고리 등 액세서리를 좋아해서 그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 양손가락에 반지를 두 개 하고 팔찌에다 귀고리도 세 개나 했다”고 자랑했다. KLPGA 제공
리디아 고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지, 팔찌, 귀고리 등 액세서리를 좋아해서 그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 양손가락에 반지를 두 개 하고 팔찌에다 귀고리도 세 개나 했다”고 자랑했다. KLPGA 제공
‘골프 천재’ 리디아 고(16)는 내년 1월23일 개막하는 미국 LPGA투어 바하마클래식에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뉴질랜드 동포인 그는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대회, 불과 47일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꺾고 우승했다. 그는 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나의 백그라운드인 아시아에서 거둔 첫 승이라 말할 수 없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만 14세9개월의 나이로 호주 LPGA투어 NSW오픈에서 우승하며 남녀 통틀어 최연소 프로대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해 8월에는 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최연소 미 LPGA투어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올해는 캐나디안여자오픈을 2연패하며 아마추어 최초로 투어 2승의 대기록도 작성했다.

리디아 고는 최근 2년간 호주 투어에서 2승, 미국 투어 2승, 유럽 투어 1승, KLPGA투어 1승 등 총 6승을 거뒀다. 만 17세 이전에 4개 투어에서 우승컵을 수집한 선수는 없다.

내년에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파인허스트고 3학년이 되는 리디아 고는 고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모두 이수한 상태다. 그는 “내년에 LPGA투어 대회에 모두 나가도 공부에 지장은 별로 없다”며 “기본 학점은 미리 따 7월에 졸업해도 된다”고 말했다.

대학은 한국에서 다닐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기에 동행한 리디아 고의 어머니 현봉숙 씨는 “한국 대학에서 입학 제의를 한 곳이 있어 거기로 다닐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에서 생활할 집은 아직 구하지 않았으나 호텔을 옮겨다니며 뛸 생각이다. 리디아 고는 “아직 미국에서 살 집을 정하지는 않았다. 거주지가 없어 은행계좌를 만들지 못하는 불편은 있지만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대회가 없을 때는 차라리 호텔에 있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소연이 최근 한화금융클래식에서도 역전패한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유)소연 언니가 한화금융클래식에서 큰 타수 차로 앞서가다가 막판에 김세영 선수의 홀인원으로 우승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소연 언니가 세계적인 프로라 한화 대회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답했다.

‘골프 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와 같은 조로 라운드해보고 ‘랭킹 1위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느냐고 묻자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인비 언니가 한 대회를 우승해서 1위가 된 것이 아니라 메이저 3승과 다른 대회 3승 등 총 6승을 거두고 다른 대회도 꾸준히 잘해서 된 것이라 넘버원을 꿈꾸는 것보다는 매 대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클럽 용품사를 아직 정하지 않은 리디아 고는 캘러웨이 드라이버, 테일러메이드 페어웨이 우드, 아담스골프 하이브리드, 타이틀리스트 아이언, 오디세이 퍼터를 들고 다닌다. 골프백은 푸마 제품이다.

“제 클럽은 ‘짬뽕’이에요. 예전부터 타이틀리스트를 썼고 캘러웨이 X-HOT 드라이버는 CME대회 때부터 썼어요. 테일러메이드 우드 등 쓰기 편한 클럽들을 모아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하나로 정할 거예요.”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이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파3홀을 하이브리드클럽으로 공략했다. 다른 선수보다 비거리가 짧지 않은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언은 6번까지만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롱 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 3개(28도, 25도, 22도)를 들고 다닌다”며 “연습하면서 3, 4, 5번 아이언을 쳐본 적은 있지만 대회에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최나연,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도 6번 아이언까지만 있고 하이브리드를 즐겨 쓴다고 소연 언니가 알려줬다”며 “하이브리드클럽이 치기 편하고 헤드가 커 러프에서 빠져나오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고 2016년 올림픽에도 뉴질랜드 대표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그는 “내가 뉴질랜드 국적자라도 뉴질랜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누구든 아시안, 한국 사람으로 본다”며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도움받은 것이 많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타이베이=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