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노사 정책과제' 토론회] 독일 vs 이탈리아…한국은 어느 모델로 갈 것인가
“자동차 업계의 노사가 협력하는 독일, 분열된 이탈리아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 산업 경영환경과 노사관계 변화 글로벌 사례연구’ 발표를 통해 주요 자동차 선진국의 노사협력 여부가 해당 국가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화합해 기존의 불합리한 임금, 노동구조를 개혁한 미국과 독일은 선전하고 있지만 강성 노조의 파벌 싸움이 심한 이탈리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미국에선 기업 경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던 퇴직 조합원에 대한 의료지원 비용을 2005년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에 이관했다”며 “이중임금제 도입과 기본급 인상 양보 등을 통해 임금구조를 개혁해 자동차 산업의 부흥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중임금제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북미 자동차 ‘빅3’ 노사가 기존 정규직 임금의 절반 이하를 받는 신규 근로자 채용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권 교수는 “당시 GM 정규직 노동자들이 시간당 28달러를 받는 반면 신규 고용된 젊은 노동자들은 14달러에 머물렀고, 복지 혜택도 기존 노동자들보다 적었다”며 “이 같은 임금 및 의료보험 시스템의 혁신적인 개혁은 신규투자 확대와 고용 보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기업 노동비용 축소를 인력 감축이 아닌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뤄낸 독일의 폭스바겐 사례에도 주목했다. 그는 “폭스바겐 노사는 주당 근로시간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20% 줄였고, 근로자들은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축소를 받아들였다”며 “독일은 산별교섭 대신 기업 단위 노사합의를 강화해 실리 위주의 노사문화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은 복잡한 노사 문제에 재정위기가 겹치자 곧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권 교수는 지적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는 1990년대 이후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경영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노사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서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대립하면서 위기가 재생산됐다. 권 교수는 “(피아트 사태는) 최근 악화하고 있는 이탈리아 경제 위기의 축소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 노조도 사측과 대립은 물론 노조 내부에서도 파벌 간 갈등이 심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원화 강세와 내수판매 부진 등 국내 자동차 생산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의 체질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서둘러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이탈리아와 같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