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필 10년 만에 돌아온 소설가 백민석, 소설집 '혀 끝의 남자' 출간
《내가 사랑한 캔디》《헤이, 우리 소풍 간다》《죽은 올빼미 농장》 등의 작품으로 1990년대를 풍미했던 소설가 백민석(사진)이 절필 10년 만에 돌아왔다. 두 편의 신작과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고친 일곱 편의 기발표작을 수록한 소설집 《혀 끝의 남자》(문학과지성사)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10년 전 절필의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서울 중학동에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유를 밝혔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작품이 갈수록 망가졌고 자신도 함께 엉망이 돼갔다는 것. 그는 “사람 망가져 가면서까지 소설을 계속 써야 하나 싶었다”며 “복귀를 결정하고 지난 소설을 다시 보니 당시 무너져가던 내 정신과 비뚤어진 시각의 일단을 보는 것 같아 괴로웠다”고 했다. 지금은 극복했을까.

“지금 웃고 있잖아요(웃음). 물론 울 수 없어서 웃는 거지만. 지금 웃음이 사라지기 전에 좋은 작품을 써야 할 텐데….”

10년간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로 문학과 거리를 뒀지만 문단에서 그의 이름은 자주 거론됐다. 1990년대 한국문학에서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남았다는 뜻이다. 이번 복귀도 그의 작품 《헤이, 우리 소풍 간다》를 문학과지성사 명작선에 올리는 문제를 조율하다가 이뤄졌다.

복귀를 결정하고 새로 쓴 표제작 ‘혀 끝의 남자’는 인도에 다녀온 이야기다. 여행기보다는 종교와 신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그는 “소설을 쓰지 않던 지난 10년간 품어 온 의문 중 하나는 ‘왜 사람들은 종교에 빠지는가’였다”고 설명했다. 새로 쓰고 있는 원고지 1500장 분량의 장편소설도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그는 “절필 후 8년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돌아왔는데 완성도 있는 작품을 써야 하지 않느냐”며 “대표작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그의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돌아와 보니 세게 나가는 작가가 사라진 것 같아요. 문학상과 발표할 지면이 많아진 게 오히려 작가를 옭아매는 느낌이에요. 전 원래 눈치 안 보고 막 쓰는 작가니까 하던 대로 세게 나갈 겁니다. 누가 뭐라든.”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