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그룹에 대해 특별 및 종합 검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4대 금융그룹이 동시에 고강도의 검사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금감원이 작심하고 나섰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금감원은 검사 결과 문제가 있으면 현직은 물론 전직 경영진까지 엄단하고 해당 금융사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한다.

금감원이 4대 금융그룹에 전방위적 검사라는 칼을 들이댄 것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 하나은행의 과도한 미술품 구매 등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의혹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전한 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각종 비리 또는 부당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 등 금융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감독 당국이 이를 검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그 시기다. 4대 금융그룹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소문과 의혹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 하나 산은 우리 등 금융지주 회장들은 소위 ‘4대 천왕’으로 불렸던 것을 모두 잘 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렇다 할 액션이 없었던 금융당국이다. 정권이 바뀌고 이들이 모두 물러나자 검사를 한다고 호들갑을 떠니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최고권력자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금융지주 회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는 봐주다가 퇴임 후에 뒤통수를 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검사가 사실상 전임 금융지주 회장들의 비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재임시 비리나 부정을 저질렀다면 퇴임 후라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금융사 검사가 정치적 보복의 성격을 띠어서는 안된다. 금감원은 괜한 오해라고 해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오해가 싫다면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