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복식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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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천자칼럼] 복식부기](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AA.7992162.1.jpg)
회계를 ‘비즈니스 세계의 언어’라고 부른다. 만약 회계가 없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바벨탑 같은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회계의 기원은 고대 수메르,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세까지도 채권·채무나 재산관리를 위해 기록해두는 단식부기에 머물렀다. 가계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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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부기가 널리 확산된 것은 ‘회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네치아의 수도사 루카 파치올리의 저서 ‘대수, 기하, 비율 및 비례총람’(1494년)을 통해서다. 파치올리는 “사업에 성공하려면 사업 전부를 정확히, 그것도 한눈에 알아야 하며, 복식부기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복식부기 덕이다. 그는 당시 탐험을 가장한 사기가 성행해 주저하는 투자자들에게 복식부기를 쓰면 속일 수 없다고 설득해 투자를 이끌어냈다. 복식부기는 근대 주식회사와 자본주의 태동의 밑거름이 됐다. ‘수량화 혁명’의 저자 앨프리드 크로스비는 서유럽이 세계를 지배한 계기 중 하나로 복식부기 발명을 꼽았다. 막스 베버는 복식부기가 서구와 비서구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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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성상인의 후손이 소장한 19세기 회계장부 14권이 발견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오늘부터 사흘간 개성 복식부기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금속인쇄술과 더불어 조상의 지혜에 새삼 감탄하면서도 왜 계승하지 못하고 단절됐는지 아쉬움도 크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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