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찬 장암칼스 회장이 30일 서울 영등포 장암칼스 본사에서 이글패를 들고 자신의 골프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구연찬 장암칼스 회장이 30일 서울 영등포 장암칼스 본사에서 이글패를 들고 자신의 골프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골프를 칠 때 첫 번째 원칙이 룰을 지키는 것입니다. 멀리건(무벌타 티샷)을 하나도 받지 않고 룰대로 쳐서 공을 홀에 넣었을 때 자부심을 느끼죠. 골프에서 룰을 지키는 습관을 배우고 이를 회사 경영에도 적용해왔습니다.”

구력 27년의 구연찬 장암칼스 회장(70·사진)은 자신의 골프철학과 경영철학으로 원칙주의를 강조했다. 30일 서울 영등포 장암칼스 본사에서 구 회장을 만나 골프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들어봤다.

구 회장은 종합상사인 동방물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한화물산 등을 거쳐 1981년 장암상사(현 장암칼스)를 설립했다. 32년 동안 자동차, 제철제품 등에 들어가는 특수 윤활유를 생산하는 한 우물만 팠다. 450여종의 특수 윤활유를 생산하는 장암칼스는 지난해 매출 250억원을 올려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경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을 작년까지 5년 연속 수상했다.

구 회장은 골프가 대중화되기 전인 1976년 5월 초 선배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그는 “한국플라스틱에 다닐 때 3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 명동 초동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땐 ‘왜 배워야 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 예찬론자가 됐다.

“골프가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운동은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거나 상대를 공격해 이기는 운동인데 골프는 혼자서 공을 홀에 넣는 운동이잖아요. 등산으로 정상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쾌감처럼 공을 홀엔 넣었을 때 아찔한 스릴을 느꼈습니다.”

초기에는 주말마다 골프장을 찾았다. 구 회장은 “1970년대 중후반에는 서울시내와 인근 골프장이 서울CC, 관악CC 등 11개밖에 없었다”며 “일요일에 부킹한 사람이 100여명에 불과해 하루에 36홀씩 돌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구 회장은 특별한 기록도 갖고 있다. 홀인원은 아직 한 번도 못해봤지만 이글은 20여번을 기록했다. 그는 “1978년 8월6일 용인CC에서 36홀을 돌았는데 17번홀(파5)에서 이글을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기록했다”며 “생일이었는데 하루에 한 번하기도 힘든 이글을 두 번이나 잡으니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골프의 매력에 푹빠진 구 회장은 40대 초반 한화물산에서 일할 때 베스트스코어 75타를 칠 정도로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90타 안팎을 치는 보기플레이어다. 뚜렷한 원칙이 있어서다.

“라운드할 때 멀리건을 절대 안 받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니 있는 그대로 점수를 다 적습니다. 한 번은 파3홀에서 OB를 3번 내서 9타로 홀아웃한 적도 있어요. 스코어는 나쁠지 몰라도 깨끗하게 쳤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특수 윤활유를 국산화하기 위해 오래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썼습니다. 실제로 사용한 사례가 있어야 우리 제품을 쓸 수 있다고 하길래 오랫동안 연구해서 대우자동차부터 뚫어냈습니다. 이후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기아자동차도 저희 제품을 쓰게 됐죠. 골프에서 배운 원칙론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