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체 장례 건수 중 화장(火葬) 비율이 역대 최고인 74%를 기록했다. 사망자 네 명 중 세 명이 화장을 했다는 얘기다. 화장이 한국인의 보편적 장례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화장 시설은 태부족이다. 특히 수도권은 화장 시설을 더 짓지 않으면 ‘10년 내 화장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화장, 2020년 90% 넘을 듯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화장률이 74.0%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20년 전인 1992년(18.4%)의 4배로 늘었고 10년 전(2002년 42.6%)에 비해서는 두 배로 증가했다.

성별로는 화장을 택한 남성 비율이 77.2%로 여성(70.1%)보다 높았다. 남녀 화장률이 모두 7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의 화장률이 87.8%로 가장 높았고 인천(85.8%), 울산(81.8%), 서울(81.5%) 순이었다. 반대로 충남(55.9%), 제주·전남(57.4%), 충북(59.0%) 등은 화장률이 비교적 낮았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화장률은 81.3%로 비수도권 69.1%에 비해 12.2%포인트 높았다.

서종원 복지부 노인지원과 사무관은 “2005년 처음으로 화장률(당시 52.6%)이 매장률을 앞지른 뒤 최근까지 매년 3%포인트씩 높아지고 있다”며 “2인·4인 가족 등 핵가족화된 사회구조, 빡빡한 경제 사정으로 제사나 성묘를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화장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께 화장률이 9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용 20배 내고…원정 가고…

현재 화장장은 전국에 55개소(화장로 315기)가 있다. 2000년 이후 화장장 18곳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공급이 크게 달린다. 서울과 경기 북부지역(연천·포천 등) 등 일부 대도시 화장장은 거의 매일 예약률이 100%다. 최근 10년간 화장률이 2배 늘어나는 동안 화장 시설은 14% 증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화장 수요 증가세를 감안할 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화장을 하려면 복지부가 2010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www.ehaneul.g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기자가 28일 오후 3시 이 시스템에 접속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 예약현황을 살펴봤더니 이틀 뒤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30일에도 이미 3분의 2가 예약이 끝났다.

서울시립승화원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주민은 화장장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오후 3시 이후에 사망선고가 내려지면 화장로를 잡지 못해 ‘4일장’을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4일장 치르기를 꺼리는 유족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화장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 화장장이 있는 지역 주민은 이용료가 5만~10만원 정도이지만 다른 지역 주민이 ‘원정’을 와서 이용하면 최대 20배, 100만원 이상 내야 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