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관련해 정부의 줄타기 외교가 시작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시 우리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발언이 미국과 일본 간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현실 아래서 정부가 사실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대응해왔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의 동의’를 거론하면서 대응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요구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라며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일 간 군사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해소하려면 미국이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전략적으로 미흡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대중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인 ‘집단적 자위권’을 정부가 용인함으로써 대중 관계에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지적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발언은 ‘우리의 영공·영해·영토와 관련이 없으면 인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미·일 동맹의 중국 견제 역할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