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전환을 앞두고 시행사와 입주자 간에 분양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민간임대아파트 전경. 한경DB
분양 전환을 앞두고 시행사와 입주자 간에 분양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민간임대아파트 전경. 한경DB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민간임대아파트인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이 분양전환을 앞두고 시행사와 입주자 간에 분양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행사와 입주자 측이 제시한 ‘분양가’가 두 배 가까이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2009년 초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반아파트가 아닌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민간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5년)의 절반(30개월)이 지나면 입주민이 시행사와 협의해서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거주자들에게 우선 분양자격이 주어진다.

◆황당한 분양가 격차에 입주민 반발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남더힐 시행사인 한스자람과 입주자대표회는 지난달부터 각각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고 적정 분양가 산정을 의뢰했다. 감정평가 결과 시행사 측은 ‘3.3㎡당 6000만원 이상’으로 잠정 결정했다. 일부 대형 평형은 8000만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입주자들로부터 분양가 책정을 의뢰받은 제일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해당 단지의 감정평가를 해본 결과 3.3㎡당 평균 3500만원 이하”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 가격을 적용해보면 분양평수 65평형(전용 177㎡형)의 경우 입주자 측은 19억~22억원, 시행사 측은 39억~52억원이 되는 셈이다.

양측의 가격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면서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첫 분양가 협상은 이달 말쯤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분양가 합의를 못하면 5년 임대의무 기간이 만료되는 2016년 초에 다시 분양전환을 추진하게 된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입주자 측이 협상에서 다소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행자 측과 조율이 안되면 분양전환을 포기하고 보증금을 빼고 나가려는 입주자가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남동 M부동산 관계자는 “입주민은 분양전환 예정가격이 3.3㎡당 3000만~3500만원으로 알고 입주했다”며 “분양가가 4000만원대를 넘어서면 계약 포기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2016년에도 분양포기자가 속출한다면 한꺼번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시행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감정평가 결과 ‘고무줄’…신뢰성 의문

같은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자 주변 중개업계에서는 감정평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나온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대상 물건을 똑같은 조건에서 평가했다면 평가 업체가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인 경우는 못봤다”며 “의뢰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결과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면 감정평가업계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가 기준시점, 대상물건의 확정 등의 ‘기본조건’이 같다면 원칙적으로 감정평가액의 오차가 클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남더힐의 임대보증금(전세보증금)이 전용 177㎡ 이상의 경우 14억5900만~25억2000만원이고, 월세는 240만~430만원 수준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