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가짜 석방 명령서로 교도관들을 속이고 감옥을 유유히 걸어나갔던 무기수 두 명이 19일(현지시간) 모두 검거됐다.

플로리다주 당국은 이날 밤 파나마시티의 한 모텔에서 최근 주 정부 산하 올랜도 교도소에서 달아났던 조지프 젱킨스(34)와 찰스 워커(34)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들은 각각 지난달 27일과 지난 8일 재판부가 감형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위조된 석방 명령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교도관들을 속이고 탈옥에 성공했다.

젱킨스는 1998년 올랜도에서 한 남성을 강도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급 살인범의 느닷없는 석방 소식에 피해자 유족들이 검찰에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오류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검찰이 젱킨스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고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워커가 똑같은 수법으로 탈주했음을 파악됐다.

워커 역시 1999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당시 23세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두 남자가 사용한 가짜 석방명령서에는 형량을 15년의 징역형으로 감형한다고 쓰여있었다.

정식 사건번호가 기재돼 있음은 물론 담당판사의 서명까지 담긴 이 종이 한 장에 교도소 전체가 속아 넘어간 것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들의 탈옥 후 행적은 대담하기까지 했다.

출소 후 부모와 친척들을 잇달아 방문하고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등 일상을 보내는 태연한 모습에 가족들조차 이들의 탈옥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젱킨스의 아버지는 10월 1일 아들의 생일의 맞아 깜짝 파티도 준비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지어 출소 3일 뒤 올랜도 교도소를 방문해 전과범 등록절차를 마치는 등 관련 법규도 착실히 이행했다.

서류 작성과 사진 촬영에 지문 날인까지 이어지는 이 모든 과정이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교정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살인범들이 한 달 가까이 도심을 배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대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번 체포로 큰 걱정은 덜었지만, 당국은 아직 이들이 가짜 석방 명령서를 입수한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관리 소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교정국이 향후 법원명령서의 진본 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의회도 곧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고 약속하는 등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탤러해시<美플로리다州> AP=연합뉴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