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 또는 중압감…부진 원인 미스터리

왼손 투수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마음속에 별러온 미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출격했으나 최악의 투구로 쓸쓸히 마운드를 떠났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한국인 빅리거로는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만 던지고 3회말 타석에서 대타 마이클 영으로 교체됐다.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3차전을 승부의 열쇠로 본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부진한 류현진을 바로 뺐다.

류현진은 이날 3이닝 동안 안타 6개, 볼넷 1개를 허용하고 4실점해 평균자책점 12.00이라는 기대 이하의 내용을 남겼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30차례 선발 등판해 22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내 투구)를 펼친 류현진이 5회도 못 넘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9월 30일 정규리그 최종전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도 4이닝만 던지고 강판했다.

그러나 당시 조기 강판이 포스트시즌을 앞둔 컨디션 조절 차원이었다면 이날 충격의 3이닝 강판은 저조한 투구 내용에 따른 것이다.

올 시즌 14승 8패를 올린 류현진은 올 시즌 애틀랜타와의 2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물러났으나 평균자책점 2.13으로 좋은 기록을 올렸다.

특히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7승 4패, 평균자책점 2.32로 빼어난 투구를 펼친 터라 이날 극도의 부진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간 국제무대 단기전에서 보인 강점도 이날 한 번의 실수로 많이 희석됐다.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9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로 1-0 완봉승의 수훈갑이 됐다.

또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8⅓이닝 동안 상대 강타선을 2점으로 막아 3-2 승리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매팅리 감독은 벼랑 끝 승부에서 강심장을 보인 류현진을 믿고 디비전시리즈 3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으나 류현진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직구 구속은 150㎞까지 찍혔으나 볼 끝은 밋밋했다.

타자 무릎을 파고드는 칼날 제구가 실종되면서 류현진은 1회와 3회 애틀랜타 상위 타순을 맞아 고전했다.

3회 무사 1,2루에서 4번 타자 애번 개티스와 무려 11구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는 등 류현진은 저스틴 업튼, 프레디 프리먼, 개티스, 브라이언 매캔 등 애틀랜타 중심 타자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3회까지 공을 68개나 던졌다.

이날 류현진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높은 공이 대부분이었다.

필살기인 체인지업은 애틀랜타 타자들의 방망이에 걸리기 일쑤였고, 슬라이더는 가라앉지 않고 붕 떠서 포수 미트에 박혔다.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류현진은 스스로 발목을 잡기도 했다.

류현진은 4-2로 앞선 3회 무사 만루에서 매캔의 1루수 병살타성 타구 때 1루 커버를 들어갔으나 발로 제대로 베이스를 찍지 못해 타자를 살려줬다.

4-3이던 3회 1사 1,3루에서는 크리스 존슨의 타구를 직접 잡았으나 뒤늦게 홈에 뿌려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줌으로써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남기기도 했다.

정규리그 경기와 그간 국제무대 단기전에서 전혀 볼 수 없던 류현진의 부진 이유를 몇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압감이 류현진의 어깨를 짓눌렀다는 가정이다.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류현진은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빅리그 첫 등판에서도 분위기에 압도돼 위축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하물며 매 경기 결승과도 같은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율했으나 1회 실점하는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자 더 위축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서 제기한 부상설도 설득력을 얻는다.

등판일 사이 불펜 투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류현진은 5일 느닷없이 불펜 투구를 펼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매팅리 감독을 비롯해 팀 닥터, 트레이너 등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서 불펜 투구가 이뤄져 허리 부상 후유증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매팅리 감독이나 류현진은 오랫동안 공을 던지지 않아 불펜에서 몸을 푼 것일 뿐 컨디션에 아무 이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예상을 깬 최악의 성적을 남김에 따라 부상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