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 문 닫습니다” >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에 1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으로 모든 국립공원이 문을 닫습니다”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UPI워싱턴연합뉴스
< “국립공원 문 닫습니다” >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에 1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으로 모든 국립공원이 문을 닫습니다”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UPI워싱턴연합뉴스
17년 만에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부 폐쇄)된 1일(현지시간) 낮 워싱턴의 국세청 빌딩 앞. 가방을 든 직원들이 삼삼오오 빌딩 밖으로 나와 작별인사를 하며 흩어졌다. 무급 휴가 명령을 받고 귀가 중인 한 직원은 “셧다운이 며칠 내에 풀리지 않겠느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맞은편의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 입구. ‘정부 셧다운으로 박물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뉴저지에서 온 관광객 데이비드 웨이더는 “혹시나 했는데 문이 닫혀 아쉽다”고 했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링컨기념관에 이르는 내셔널몰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국립보건원(NIH) 클리닉센터는 이날 예정된 검진환자 200여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셧다운 일파만파 파장

셧다운의 파장은 공무원들의 무급 휴가와 시민들의 불편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워싱턴 연방청사 인근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한 가게는 점심때 종업원 5명 중 3명을 퇴근시켰다. 손님이 평소 절반으로 준 탓이다. 데이비드 칼손 점장은 “(셧다운의) 여파가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셧다운이 주택경기를 냉각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기지업체인 아펙스홈론의 그레이크 스트렌트 사장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승인하는 데 필요한 세금납부 인증 절차가 국세청의 업무 차질로 중단돼 신규 대출이 지체될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의 자금 흐름이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셧다운으로 4분기 성장률이 1주일마다 0.12%포인트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공무원 월급 삭감에 따른 것이며 민간 분야의 소비 위축 등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ISM의 8월 제조업지수가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56.2)를 기록한 데다 셧다운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닐 소스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차분하게 반응함으로써 오히려 정치권의 예산안 타결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 공개 중단…시장 혼란 불가피

정부 부처의 경제지표 공개가 중단돼 증권·선물 투자자들은 ‘깜깜이 투자’를 해야할 상황이다. 상무부는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8월 건설지출 동향을 발표하지 않았다. 통계담당 직원이 ‘비핵심 인원’으로 분류돼 무급 휴가를 떠난 까닭이다. 셧다운이 지속되면 3일로 예정된 노동부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상무부의 공장주문 실적, 4일 예정된 노동부의 9월 실업률 통계도 발표되지 않는다. 실업률 통계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여서 이 통계마저 발표되지 않을 경우 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 웹사이트는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고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공지를 띄웠다. 1700여명의 백악관 직원 가운데 3분의 2가 이날 무급 휴가를 떠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6일로 예정된 아시아 4개국 순방 계획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셧다운 1주일 이상 갈 수 있다”

정치권의 예산안 협상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놓고 ‘1년 연기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당과 ‘절대 불가’로 맞서고 있는 백악관 및 민주당이 맞서고 있다. 셧다운에 따른 비난이 거세지자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국립공원과 박물관, 퇴역군인 업무를 담당하는 워싱턴 시정부와 보훈부, 국립공원관리청의 지출만 허용하는 잠정 예산안을 제의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인질을 하나둘씩 풀어주는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난달 30일 저녁 10분간의 전화통화 이후 이날까지 소통이 끊어졌다. 베이너 의장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의 대화도 없었다. 베이너 의장의 한 보좌관은 “셧다운이 1주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전 국민 가입 의무화는 예정대로 이날 전면 시행됐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