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잘 생겼다!
가끔 쓰레기장을 둘러본다.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내가 사는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거닐었다. 재활용 상자가 한가득이다. 특히 한눈에 들어오는 상자가 있다. 우리 회사 제품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돼 제 몫을 다 한 뒤 이곳까지 온 것을 보면 어찌나 흐뭇한지.

다시 근처 여섯 군데 분리수거장을 돌아봤다. 꽤 많은 곳에 우리 회사 상자가 보였다. 그중 버려진 상자 하나가 지저분하다. 손수건을 꺼내 그 상자를 닦는다. 버려지는 순간까지도 깨끗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상자를 닦으며 중얼거린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자네 덕분에 나도 이 자리에 있네. 근데 이놈, 너 참 잘생겼다.” 그러고는 그 잘생긴 놈 사진 한 장을 찍어 둔다.

자식 같은 존재다. 내 자식이 많은 사람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자식이기에 제 몫을 다하고 버려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책임지고 싶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지금껏 제품을 만들어왔다. 그만큼 정성을 다했기에 내가 먹지 않으면 남에게도 권하지 않는다는 정신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뿌린 만큼 거두기 마련이다. 좋은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거름을 주고 물을 줘야 한다. 노력과 정성을 들이지 않고 좋은 열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래된 습관이 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PC가 있는 곳이면 그 PC의 인터넷 초기화면을 천호식품 홈페이지로 연결해 놓는다. 주로 강연 등으로 초대받은 관공서나 기업체 등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초기화면이 설정된 곳은 빼고 말이다. 인터넷의 도구항목에서 인터넷옵션으로 들어가 기본 홈페이지를 우리 회사 홈페이지로 바꿔 놓는다. 그러면 누군가 인터넷을 하려고 할 때 먼저 우리 회사 홈페이지가 열리는 것이다.

국외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몇 달 전 중국 상하이에 갔을 때 머물렀던 호텔의 PC에도 인터넷 초기화면을 천호식품으로 해놓았다. 이것이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거름과 물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단순한 행동만이 아니다.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정신이다.

힘들게 세상에 내놓았는데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식이 있다. 부모의 잘못이겠지. 제품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세상에 내놓았는데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그 또한 만든 내 탓이다. 그래서 잘생긴 나의 자식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지위를 막론하고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60대인 내가 PC에 앉아 일일이 인터넷 초기화면을 바꿔놓는 이유다.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