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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다수를 인정하지 말라"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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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선진화법·상법개정안 등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다수의 당연한 권리를 부정해

    최중경 < 美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前 지경부 장관 >
    [시론] "다수를 인정하지 말라"는 한국
    요즘 한국은 소수가 다수를 인정하지 않고, 패자가 승자를 존중하지 않으며, 약자가 강자와 동등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역사상 들어본 적 없는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호가 좌초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게임의 법칙을 무시하고 있으니 모든 게임이 헝클어질 것이고, 억지논리와 무질서가 판치는 혼돈의 세상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정부는 끝없는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고 책임져야 할 정치권은 관료들의 무능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전성시대가 왔다. 요즘 기업과 이익단체들은 정부를 상대하지 않고 현안이 있으면 직접 국회의원회관을 찾아가서 설명하고 의원입법을 요청하려 한다. 관료들과 얘기해 봐야 국회에서 고치고 뒤집을 것이 명약관화하니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 소수 야당의 존재감은 실로 커서 어느 쪽이 집권하고 있는지 헷갈리는 때도 있다. 그러나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여당 의원들에게 악재로만 작용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국회와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 행정부에 대한 당의 우위를 확인하는 데 유효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상법개정안을 보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대주주 권리를 쉽게 허물어 내리고 있다. 개정작업에 참여한 상법전문가들이 어느 나라에서 공부했는지 모르겠으나 위헌 소지가 다분한 반기업 성향의 개정안을 기초하게 된 이유와 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헌법의 기본원칙인 자유기업제도와 사유재산권 보호가 대주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유와 소액주주 재산권은 실제보다 부풀려서 보호하는 이유에 대한 토론은 있었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공공이익 관련 법률제도(public interests law)’와 유럽 사회주의 유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럽 사회주의 유산은 헌법을 사회주의로 바꾸지 않는 한 위헌 소지가 있다. 미국의 공공이익 관련 법률제도는 미국에서도 논쟁의 중심에 있으며 보수주의자들이 “공공이익 관련 법률제도는 자유기업제도를 무너뜨리려는 좌파의 책략”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소액주주, 소비자 과잉보호가 갖는 파괴력이 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국회선진화법 폐지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이 사라졌고 삼권분립의 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인들이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법률안을 만들어 행정부를 리드하게 되면 경제의 앞날이 어렵게 될 것은 분명하다.

    국회의원의 할 일은 행정부의 일상 정책활동에 간여하는 것이 돼서는 안되며, 국가운영의 큰 틀을 만드는 데 집중돼야 한다. 국가이념 정립, 국민기본권 보호, 국민통합, 민족생존전략 마련, 민족정체성 유지, 국격 제고, 역사인식을 통한 국민 자긍심 함양, 국제평화 유지 노력, 경제질서 유지 등이다.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법과 관련된다 하여 정치노선이 다른 야당 의원까지 나서서 시시콜콜 챙기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대통령중심제의 기본 틀을 벗어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선진화법을 폐지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밝히는 길이다.

    상법개정안도 정치적 절충에 앞서, 헌법학자들과 위헌적 요소를 걸러내는 작업을 선행하고 외국의 제도가 어떤 비판을 받고 있는지 등을 상세히 연구해 논란이 있는 제도는 배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가치와 질서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약자는 보호해야 하지만 다수의 당연한 권리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논리가 확장되면 민주주의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단계로 쉽게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위법률들의 위헌적 요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감성을 자극하며 당연시되는 사회는 아름다울 것 같지만, 논리와 이성이 통하지 않는 아비규환으로 다가갈 뿐이다. 약자 보호와 토론을 중시하는 선진국에서 ‘다수결이라는 엄정한 칼날’을 세우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 볼 때다.

    최중경 < 美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前 지경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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