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공기관은 작년 한 해 60억원 물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 공공기관들이 법이 정한 장애인 고용 의무를 어겨 작년 한 해 5억원의 벌금을 토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공공기관 기준으로는 벌금이 60억원에 달했다.

현재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상시고용 근로자의 3%를, 기타 공공기관은 2.5%를 장애인으로 채워야 한다.

이를 어기면 미달 인원에 비례해 과태료 성격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물게 된다.

29일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실·이낙연 민주당 의원실에 고용부·장애인고용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요 15개 금융권 공공기관에 부과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총 4억9천99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15개 기관 중 의무인원만큼 장애인을 쓴 기관은 절반(8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7개 기관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못했다.

금융 공공기관 중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한은이었다.

한은은 지난해 말 총 60명의 의무고용인원 중 20명(중증장애인 2배수 계산 미적용)뿐 채우지 못해 2억4천895만원을 뱉어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채용전형을 진행해 올해는 8월까지 26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다"며 "채용 과정에서 전형별로 만점의 10%씩을 가점해주지만 애초에 장애인 지원자가 많지 않은 탓에 고용이 미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70명의 의무고용인원 중 지난해 말 43명을 채우는 데 그쳐 1억4천21만원을 냈다.

수출입은행(5천265만원), 신용보증기금(2천804만원), 기술보증기금(2천232만원), 한국거래소(715만원) 등도 모두 부담금을 냈다.

반면에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기업은행 등은 의무고용인원을 모두 충족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총 271명이나 되는 대규모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초과달성(중증장애인 2배수 적용 시 276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분담금 납부는 죄악'이란 행장의 소신으로 장애인들이 잘할 수 있는 업무 직렬을 만들어 고용을 늘려왔다"며 "가령,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직원에겐 인터넷 마케팅이나 전화상담 역을 맡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전체 261개 공공기관(한은·금감원·산은·기은 등 제외)을 놓고 보면 지난해 137개가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고용부담금도 모두 합쳐 총 59억4천408만원이나 됐다.

부담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서울대병원으로 9억8천444만원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전남대병원(3억5천340만원), 경북대병원(2억2천234만원) 등 의료기관이 이었다.

이는 직원 중 장애인에게 문턱이 높은 의사·간호사 등 전문 직렬이 많아서다.

비(非) 의료기관 중에선 카지노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1억6천969만원)가 가장 높은 전체 7위에 올랐다.

강원랜드(1억6천196만원)도 8위였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장애인을 고용해본 기관은 계속해 고용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기관별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아직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은 "모범을 보여야 할 공기관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위반하며 부담금을 물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게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방현덕 기자 cindy@yna.co.kr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