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내년 중반까지 해체"…美·러, 폐기원칙 합의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해결을 위한 기본 틀에 합의함에 따라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 계획이 사실상 철회됐다.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글로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도 크게 줄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사흘간의 협상을 끝내고 △시리아 정부의 1주일 내 화학무기 보유 현황 완전 공개 △11월까지 국제사찰단 입국 허용 △내년 중순까지 해체 완료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미 화학무기 폐기 방침을 선언한 만큼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일 전망이다.

미·러는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한다면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한 군사제재를 명시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합의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폐기 과정을 불이행하면 유엔 안보리가 필요한 조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는) 군사력 사용이나 자동 제재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안에 대해 “국제 통제 아래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폐기하기 위한 목표 실현에 중요하고 구체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만일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은 행동(군사개입)할 준비태세를 유지해나간다”고 밝혔다.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행동 여지를 남겨뒀지만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군사개입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군사개입을 지지한 서방은 이날 “합의안을 환영한다”(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 “중요한 진전이다”(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유엔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국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찰단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 여부를 놓고 미·러 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시리아는 현재 45곳에 사린가스, VX신경가스, 머스타드가스 등 1000t가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반군 측은 이날 “합의안의 어느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반발해 31개월째 이어진 내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