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흥국' 인도를 가다] "루피화 저평가 지나쳐…외환위기 재연 가능성 거의 없어"
“달러 대비 루피화는 현재 지나치게 평가절하돼 있다. 인도 경제에 대해 과도한 공포, 비관론, 불확실성 등이 팽배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일 델리에서 만난 아툴 다완 딜로이트컨설팅 북인도총괄본부장(사진)은 “환율의 적정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단지 경제를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에 놓인 것일 뿐”이라며 “1991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는 특히 올해 강우량이 풍부해 (농산물 생산이 늘어) 인플레이션을 10% 정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 국민의 수입이 증가해 소비가 늘고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인도 경제를 위축시키는 루피화 절하 등의 위기를 단기간이나마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완 본부장은 최근 포천의 500대 기업이 여전히 인도를 투자대상국 2위로 평가한 조사 결과를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인도 경제의 강점인 서비스 부문 투자도 해외 수요 증가로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인도 국회를 통과한 토지매입법안은 인도 경제의 취약점을 일정 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법안은 사업부지를 매입할 때 시행자가 토지 소유주에게 주는 보상금 규모 등을 규정한 것으로,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를 훨씬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다완 본부장은 그러나 인도 경제가 최소 3~4년 정도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원유 수입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물자 공급시스템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원인으로 꼽았다.

인도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자원개발, 인프라 확충 등 세 가지 영역 개선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인프라의 경우 5년 내 1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나 민간부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도 국회를 통과한 식량안보법(Food security bill)에 대해 묻자 “나쁜 뉴스(bad news)”라고 수긍했다. 그는 “푸드빌은 보조금 비용을 늘려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목표는 가난한 사람들의 손에 돈을 쥐어주는 것이지만 대단히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델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