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외곽의 레인함퓨처센터에서 유진화 선교사(왼쪽)가 방과후 교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외곽의 레인함퓨처센터에서 유진화 선교사(왼쪽)가 방과후 교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지난 2일 오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서쪽으로 약 34㎞ 떨어진 레인함 마을. 50여명의 어린이가 마당에 나와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시작한다. 선생님들의 간단한 시설 소개에 이은 아이들의 인사말 시간. “교사가 되고 싶어요” “운전사가 될 거예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파일럿이 돼 하늘을 날 거예요” “은행가가 돼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겁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꿈과 장래희망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8월 아프리카미래재단과 경기도 후원으로 세워진 레인함퓨처센터 방과후학교에 온 이후 생긴 변화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아무런 꿈도 없었어요. 모두가 가난한 집 아이들이라 부모들은 하루하루 사는 데 바쁘고,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할 정도니까요. 그러나 1주일 정도 ‘넌 뭐가 되고 싶니’ ‘넌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하고 확신을 심어주니까 변하더라고요. ‘우리도 달라질 수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 같아요.”

낯선 땅에 와서 퓨처센터 건물을 짓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 모집과 운영 등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유진화 센터장(35·선교사)의 말이다. 현재 퓨처센터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52명. 레인함마을은 물론 인근 셈레비, 스네이크파크 등 3개 지역 학생들이 멀게는 2㎞씩 걸어서 공부하러 온다. 수업료를 못 내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한부모 자녀, 고아, 부모가 에이즈에 걸려 수직 감염된 아이들 등이 대상이다. 초등학교 1~7학년까지 망라하는데, 나이가 7~16세까지 다양하다. 가난 때문에 학교를 다니다 말다 해서 그렇다고 한다.

“지금은 방학 중인데 아이들이 공부 습관이 형성되지 않아 성적이 떨어져요. 그래서 수학과 영어 교육에 집중하고 있죠. 공용어인 영어를 알아야 다른 과목도 공부할 수 있거든요. 아직 방과후교실을 운영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10등 이상 향상된 아이도 있고요.”

아이들을 자랑하는 유 선교사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토요일엔 토요클럽을 열어 축구 컴퓨터 음악 교실도 운영한다. 처음엔 경계하던 동네 사람들과 관계도 좋아졌다. 동네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벽돌공장이 있는데 흑인 노동자에게 억압적이고 돈만 밝혀 이들 같은 줄 알고 처음에는 오해했다는 것. 유 선교사는 “지금은 좋은 일을 한다는 걸 이해하고 아이들 축구교실을 위해 동네 공터를 내 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토요 컴퓨터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도 가르친다.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가 좋아서 선교사가 되는 꿈을 꿨어요. 하지만 부모님 반대로 대학에선 컴퓨터를 전공하고 직장에 다녔죠. 그러다 이젠 독립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해외선교를 지원했어요. 맑고 순수한 아이들과 공부하는 게 정말 좋아요.”

낯선 땅, 낯선 환경에서 일하는 게 두렵지는 않을까. 유 선교사는 “처음에는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두려운 게 하나 있다”며 “짐바브웨 정부가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자그마한 키에 깡마른 체구, 하지만 이 지역 아이들에게 유 선교사는 ‘자이언트’였다.

하라레(짐바브웨)=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아프리카미래재단, 의료·교육 봉사 앞장

레인함퓨처센터를 설립한 아프리카미래재단은 안양 샘병원 등을 중심으로 질병과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 위해 2007년 발족한 비영리 재단법인. 개신교계와 의료계, 학계 등의 전문가들이 재단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짐바브웨 탄자니아 스와질란드 말라위 등에서 앰뷸런스 기증, 에이즈센터 설립, 내시경 및 신장투석기 기증, 간호사 파견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파견된 이 재단 하라레센터 대표 강동원(45) 전진경(43) 씨는 연세대 의대 출신 의사 부부다. 약리학을 전공한 강씨는 관동의대 약리학교실 교수로 15년간 일했고 전씨는 연세대 원주 의대 교수로 일하다 온 소아과 의사다. 지난해 5월 하라레에 온 전씨는 하라레 국립병원 소아과 의사로, 강씨는 하라레센터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 센터 옆에 의원급 진료시설도 곧 문을 열 예정이다.

레인함퓨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유진화 선교사는 아프리카미래재단 간사로 일하다 파견됐고, 유 선교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임수형(36) 홍혜경(35) 선교사 부부는 두세 달 전에 짐바브웨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