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해외기업 합동IR '썰렁'
“시작한 지 3시간 정도 지났는데 아직 기관투자가가 6명 정도밖에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탓에 기업설명회(IR)를 열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외국기업 서울 합동IR’ 현장. 중국 공구회사 웨이포트의 황신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래도 작년엔 올해보다 사람이 많았는데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4~5일 열린 외국기업 합동IR에는 웨이포트를 포함해 타일 제조회사 완리, 부품회사 글로벌에스엠, 폐지 재활용 전문회사 차이나하오란 등 4개 중국기업이 참석했다. 한국거래소가 매년 개최하는 외국기업 합동IR은 참가기업 수가 2010년 5~6월 중국 현지 합동IR 당시 11곳에 달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3월 6곳, 이번에는 4곳에 그쳤다.

외국기업들이 합동IR을 기피하는 이유는 거액을 들여 행사에 참가해도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참가기업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계속 참석해 달라고 부탁하고 이런 자리가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 참석했지만 매번 똑같은 형식의 IR을 반복하다 보니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한 외국기업 관계자 역시 “몇 번 합동IR에 참석해봤지만 비용만 들고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며 “보여주기식 IR에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나 싶어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동IR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거래소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해왔던 국내 합동IR을 올해 1회로 줄였다. 최치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서비스팀장은 “거래소에서는 나름 비용을 부담해가면서 국내 합동IR과 해외 합동IR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장 외국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자들 인식이 좋지 않아 좀처럼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