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훈 EMW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안테나가 들어간 신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EMW 제공
류병훈 EMW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안테나가 들어간 신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EMW 제공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지난 5월 임직원 10여명과 함께 서울 가산동에 있는 중소기업 EMW를 찾았다. 안테나 전문기업인 이 회사가 지난 3년간 적자를 내면서도 연구개발(R&D)에 300억원 넘게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조 행장은 공장과 연구시설을 둘러본 뒤 류병훈 EMW 사장에게 “다음에 투자할 때는 기업은행에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이 기업은 그러나 조 행장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어려웠던 시기에 과감하게 투자한 결실이 올해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매출이 41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347억원)을 이미 앞지른 데다 4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업계는 이 회사가 올해 연간 매출 800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이저 도금 안테나 개발

류병훈 EMW 사장(왼쪽부터)과 조준희 기업은행장, 김철 EMW 부사장.
류병훈 EMW 사장(왼쪽부터)과 조준희 기업은행장, 김철 EMW 부사장.
류 사장이 1998년 창업한 EMW는 모바일 안테나 제조사다. 설립 8년째인 2005년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7년간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2010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 회사가 부진에 빠진 것은 고객사였던 휴대폰 업체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류 사장은 “모바일 안테나 사업에만 의존한 데다 거래사가 어려워지자 EMW도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류 사장은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기로 작심했다. 20여개사가 국내에서 경쟁하는 모바일 안테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0년 당시 모바일 안테나는 대부분 이종 및 이색 수지를 한번에 성형하는 ‘이중사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EMW는 이 방식 대신 레이저로 도금(LDS)하는 신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레이저 도금 방식이 정밀도가 높고 불량률이 적어 새로운 안테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로 부상하기 시작한 삼성전자가 이중사출 안테나 대신 레이저 도금 안테나로 방향을 틀었다. EMW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안테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사업으로 준비한 근접무선통신(NFC) 안테나도 함께 팔 수 있었다.

류 사장은 “NFC 안테나를 소자(페라이트)부터 제품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 두 곳밖에 없다”며 “어려웠을 때 투자했던 것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군수·보안 분야도 진출

EMW는 군수 부문이나 보안 부문에서 쓰이는 안테나도 개발했다. 스마트폰 업체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인 회사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MW는 헬기와 무전기 등에 들어가는 특수 안테나를 올해 4분기부터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오는 10월께는 무선 보안카메라도 선보인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과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바이너리 CDMA’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와이파이와 달리 간섭현상이 없고 양방향 통신도 가능한 무선통신 제품이다.

류 사장은 “수자원공사와 보안업체 등 세계 80여곳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아직 양산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선수금을 보내온 곳도 있다”고 말했다.

○“안테나 1위 기업 되겠다”

EMW가 최근 3년 동안 적자를 내면서도 300억원이나 투자할 수 있었던 데는 회사 내부에 쌓아놓은 현금이 큰 역할을 했다. 회사 설립 이후 벌어들인 돈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돈(공모자금)을 합쳐 200억원가량을 갖고 있었다. 나머지 100억원은 은행 등에서 빌렸다.

류 사장은 “다른 제품을 압도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으면 투자를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안테나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