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00억 지방채로 보육예산 수혈 '논란'…"무상보육 대승적 결단" vs "정치 시장의 쇼"
기재부 "부총리, 박시장 면담 거절 사실 아니다"
○박 시장 “처음이자 마지막”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수 없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며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올해 자치구의 무상보육 부담까지 책임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지방재정을 뒤흔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더 이상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20%인 무상보육 국고 보조율을 내년까지 20%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을 20%에서 40%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가 여당과 정부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개월째 계류 중이다.
서울시가 지방채 발행을 결정함에 따라 정부의 예산 지원도 이달 중 이뤄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아직 목적 예비비를 받지 못한 서울시와 20개 자치구에 785억원을 최대한 빨리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소관인 특별교부세 500억여원도 조만간 서울시와 자치구들에 배분될 전망이다.
○정부 “서울시에만 42% 국고 지원”
박 시장은 이날 정부에 대한 섭섭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현오석 부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며 “중앙 정부의 태도에 커다란 절망의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현 부총리가 박 시장의 면담을 거절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올해 서울시에 지원되는 예산은 전체 무상보육 예산의 42%”라며 “서울시에만 20%의 국고를 지원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에 대한 국고기준보조율은 현재 20%다. 나머지 80%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부담한다. 그러나 이는 기준보조율일 뿐 실제 지원되는 돈은 40%가 넘는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서울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동일한 기준으로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박 시장이 실천을 해줘 보육료나 양육수당이 지원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서울시가 발행 예정인 2000억원의 지방채를 정부 공적자금으로 인수해 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새누리당 “박 시장 먼저 사과해야”
새누리당은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지자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가 유일하게 추경 편성을 거부하는 몽니를 부렸다”며 “마치 대승적 결단이라도 내린 것처럼 선심을 쓰듯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또 “무상보육을 볼모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무상보육 예산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정부를 상대로 한 달 넘게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을 일삼았던 것”이라며 “‘정치 시장’인 박 시장의 쇼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반박 성명을 통해 “지금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은 서울시의 결단을 정치적으로 시비할 게 아니라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당력을 기울여 지속적 무상보육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김우섭/추가영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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