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해 워싱턴 외교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해왔을 뿐, 공식적으로 그 규모를 평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2006년 의회에 제출한 비밀해제 문건인 ‘대량살상무기 기술습득 보고서’는 “북한이 장기간에 걸쳐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리는 북한이 ‘상당한’ 양의 화학무기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의 화학전 능력에는 대량의 신경작용제, 수포작용제, 질식작용제, 혈액작용제 생산 능력이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의회에 제출된 같은 제목의 보고서는 “북한이 오랜 기간에 걸쳐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양의 화학무기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헤이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제2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열린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만난 이후 이같이 언급한 점이다.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2년 국방백서는 북한이 비축한 화학무기는 2500~5000t 규모에 이르며 전국적으로 분산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