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친 생길까 빚내서 구입한 차가 파산의 지름길?
올해 서른 살인 김진현 씨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외제차 BMW 520d를 사기로 했다. 새 차를 사기엔 부담스러워 48개월짜리 신용대출을 받아 중고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김씨는 ‘융자야 천천히 갚으면 되는 거고, 어차피 살 차라면 하루라도 먼저 사는 게 경제적일 것’이라고 합리화하며 중고차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의 소비는 경제적인 것일까.

《똑똑한 경제학》은 경제학의 기본 원칙을 일상용어로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제임스 가와트니, 리처드 스트라우프, 트와이트 리가 30년간 대학 강단에 섰던 경험과 미국 정부기관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제학적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뽑아 풀어냈다.

저자에 따르면 김씨의 소비는 물건의 유효수명보다 더 오랜 기간 그 물건 값을 지급하는 일이며, 과거와 현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를 저당잡히는 행동이다. 특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빚을 내서 사는 일은 재정 재난으로 직행하는 길이다. 저자는 “구입하려는 상품의 유효 수명이 충분해서 해당 가격을 다 갚은 뒤에도 물건의 가치가 남아 있을 때만 신용대출로 상품을 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기초를 쌓고 싶은 독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제1장은 경제를 제대로 알기 위한 10가지 기본 원리를 담았다. 동기 부여의 중요성,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교역, 다른 이들을 도움으로써 수입을 얻게 되는 이치, ‘보이지 않는 손’의 단점을 해결하는 공공복지 등 경제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기본 원리를 쉬운 말로 알려준다.

저자들은 “어떤 사람은 개인이 높은 수입을 올리려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소득자들은 일반적으로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고 지적한다. 타이거 우즈가 수많은 광고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건 사람들이 우즈가 골프 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기 때문이고, 가수 셀린 디온이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듣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제2장은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7가지 조건을 다뤘다. 저자는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계약을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주는 법률제도, 경쟁시장, 정부 규제의 최소화, 효율적인 자본시장, 통화안정, 낮은 세율, 자유무역을 그 조건으로 꼽는다. 제3장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핵심요소를 알려준다. 저자는 “정부는 음식과 같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과하게 소비하면 비만과 에너지 손실, 건강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며 “정부의 역할이 너무 커지고 부적당한 활동으로 전개될 때는 오히려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충고한다.

마지막 장은 개인의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실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원칙이다. 버는 것보다 적게 소비하고, 복리의 위력을 체감해야 하며, 큰 위험부담 없이 전문가들보다 더 나은 투자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인덱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일정한 돈을 예금계좌에 정기적으로 확보해둬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를 위한 비상자금 계좌를 만들어 놓으라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