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4일 오후 6시30분

4년 전 폐지된 ‘외부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이 의원 입법으로 추진된다. 상장기업에 대해 9년마다 의무적으로 감사인을 교체하도록 법으로 강제하자는 게 골자다. 상장기업과 회계법인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제도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회와 회계법인 업계에 따르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다음주께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 도입 방안 등이 담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특정 회계법인이 특정 상장기업에 대해 9년을 초과해 감사업무를 담당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있다. 또 감사 계약이 종료되면 상장기업은 해당 회계법인을 2년 이내에 외부 감사인으로 재선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의원 측은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연합(EU)도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사인 교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이 기업 감사 시장을 싹쓸이하는 걸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이 의원 측은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2003년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영화회계법인의 허술한 감사를 꼽고, 6년마다 감사인을 의무 교체하는 제도를 2006년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극심한 감사 수임 경쟁이 벌어지고, 저가 수주에 따른 부실 감사 우려가 제기되면서 2009년 폐지됐다.

정치권의 외부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 재도입 움직임에 회계법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부작용이 많다는 게 드러나 폐지한 제도를 굳이 재도입해야 할 근거가 뭐냐”며 “감사인을 교체해야 회계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입증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반기지 않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법인과 자회사가 많은 대기업의 경우 감사인을 바꾸면 불편한 점이 많을 뿐 아니라 회사 기밀사항이 여러 곳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