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부실채권(NPL)이나 해외 유전사업 등 위험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안전하게 장기투자’하는 보험권의 속성상 그간 손대지 않던 자산이지만 저성장, 저금리로 운용수익률이 급락하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고수익을 겨냥한 대체투자가 다양한 위험자산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위기의 보험사' 위험자산 투자 확대

○석유시추, 부실 채권에도 투자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 실무진들은 지난달 노르웨이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노르웨이 근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현지 회사에 대한 투자 검토를 위해서다. 교보는 500억원으로 회사 지분 일부를 사들인 뒤 추가 대출도 해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나중에 수익이 나면 투자한 지분만큼 나눠 갖는 구조인데, 교보 측은 연 8~10%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교보는 원유시장에 대한 다양한 투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석유 파이프라인 제조회사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일환이다. “국내에서는 원유시장이 낯설지만 오랜 기간 투자 수익성이 검증돼 온 투자자산”이라는 설명이다.

보험사로는 파격적으로 NPL에 투자를 모색 중인 사례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동양생명이다. 시중은행들이 처분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넣는 방식이다. 정부로부터 재무건전성 개선을 요구받은 은행들이 급한 마음에 연체된 주택담보채권을 저렴하게 내놓는 점을 활용한 투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연 6%에 육박하는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NPL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연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이제 투자를 고려 중인 보험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인기 메뉴’된 해외 부동산

보험권이 지난 몇 년간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관심을 가진 대상은 해외 부동산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 대형사가 투자에 앞장선 덕에 투자 규모와 대상, 국가가 다양해지면서 해외 부동산은 이제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교보생명이 일본 도쿄 오피스 투자를 위해 다음주 현장 탐방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현지 은행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임대수익률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대상을 고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삼성생명은 영국 런던 금융가의 ‘런던 서티 그레샴’ 빌딩을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5768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보험사가 매입한 해외 부동산 중 최고가다. 현대해상도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인 ‘갈릴레오’ 빌딩 인수에 400억원을 넣었다. 또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사모부동산펀드를 통해 런던 금융가의 ‘에버셰즈’ 본사 빌딩을 작년 10월 약 2500억원에 사들였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최근 4%대로 주저앉아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보험 가입자들에게 지급을 약속한 만큼의 수익을 내기 위해 다소 위험성이 있더라도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