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의 민자운영사(대주주 맥쿼리)에 실시협약에 명시된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라는 감독명령을 내렸다. 교통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어 막대한 적자가 나는 데다 민자운영사가 자기자본비율을 낮추는 바람에 부산시가 민자도로 운영사에 내야 할 재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 운영사에 오는 11월24일까지 “자본구조를 원상회복하라”는 감독명령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두 터널의 운영사와 자본구조 원상회복 등의 개선 방안을 협의했으나 수용하지 않아 감독명령을 내렸다”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실시협약 해지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이들 터널의 통행량은 예상치의 64%와 96%대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까지 통행량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협약에 따라 운영사에 총 883억원을 지원했다. 더욱이 채권단인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운영사에 연 20%의 고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그동안 3100억여원을 이자로 받았다. 이는 두 터널 건설비용 1665억원보다 1.86배 많은 것이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이들 터널 운영사가 실시협약에 명시된 자기자본비율(25% 이상)을 임의로 낮추는 대신 차입금을 늘려 맥쿼리인프라펀드에 이익을 줬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수정터널의 자본구조는 자기자본 8.2%(55억7400만원)에 차입금 91.8%이다. 백양터널은 자기자본이 0.75%(10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실시협약에는 수정·백양터널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기준 92.3%(537억원)와 74.76%(233억원)로 돼 있다. 이에 터널 운영사는 “차입금을 늘리고 이자를 받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감독명령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영진 부산시 유료도로과 주무관은 “운영사는 부채 증가에 허덕이는데 대주주는 고금리 대출을 통해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운영사의 자본구조 원상회복 등을 통한 MRG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