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서 피랍 레바논 시아파, 터키인 납치 위협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터키항공 조종사 2명이 피랍된 사건에 이어 "베이루트의 모든 터키인이 납치 대상"이라는 협박이 나와 양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터키 일간지 자만과 휴리예트 등은 13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피랍된 레바논 시아파 성지순례단 가족의 하야트 아왈리 대변인이 현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인 9명은 지난해 이란에서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다 시리아에서 반군에 납치됐으며 이들의 가족들은 터키 정부에 석방을 요구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터키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며 베이루트 시내 터키항공 사무소 등지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의 석방을 논의한 협상이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자유시리아군은 정부군을 돕는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전사들을 체포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이들을 억류하고 있다.

앞서 레바논 당국은 지난 9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터키항공 조종사 2명의 피랍 사건의 용의자로 시리아서 피랍된 레바논인 가족들 가운데 1명을 체포했다.

레바논 당국은 터키항공 조종사를 납치했다고 주장한 단체가 시리아에서 피랍된 레바논인들의 석방에 터키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함에 따라 용의자의 전화통화를 감청해 터키인 납치 계획에 관여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왈리 대변인은 "레바논 당국이 터키 정부에 선물을 보낸 것"이라며 "이번 체포에 대응하고자 시리아에서 납치된 순례단의 가족들은 베이루트 거리로 나가 터키인들을 보이는 대로 납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는 레바논에서 터키인 피랍 위험이 커지자 터키인들의 여행 자제를 촉구했으며 베이루트의 터키문화원과 무역관 등을 잠정 폐쇄하고 터키항공에 업무를 공항지점에서 처리하도록 조치했다.

레바논 정부도 주베이루트 터키대사관과 터키항공 사무소 등지에 군인들을 배치해 터키인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이란 정부도 지난해 8월 시리아에서 이란인 48명이 납치되자 "우리 국민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자유시리아군은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어 터키 정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터키 정부에 석방 노력을 촉구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