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일부 도로 표지판에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그린 스티커가 붙어 있어 한인회 등이 시 당국에 제거를 요청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배무한 회장은 1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인근 '리틀 도쿄' 일대 도로 표지판에 욱일기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도로 시설을 관장하는 로스앤젤레스 시 공공사업국에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도로 표지판 욱일기 스티커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하트 모양이며 붉은 원을 중심으로 햇살을 상징하는 줄이 사방으로 퍼지는 욱일기 모습이다.

'리틀 도쿄'는 일본 기업과 일본 상가, 일본 음식점 등이 밀집한 곳이며 일본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도 들어서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청사를 비롯한 관청과 금융 기관, 미술관, 공연장 등이 몰려 있는 다운타운과 바로 붙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지역이다.

그러나 한인 타운과 자동차로 불과 15분 거리여서 한인 업소도 적지 않고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인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는 자바시장과 인접해 오가는 한인들은 욱일기 스티커에서 적지 않은 불쾌감을 느끼는 실정이다.

배 회장은 "일제의 압제를 겪은 한국인들에게 욱일기가 미국 거리 한복판에 내걸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조속히 제거하지 않으면 한인회가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직접 제거하겠다는 뜻도 시 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시 당국은 욱일기 스티커가 불법 부착물이라는 점에서 공공 시설물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가 없이 도로 표지판에 낙서하거나 다른 물건을 부착하는 것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행위이므로 현장 확인을 거쳐 제거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