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어제 기어이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오는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0일쯤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비정규직 노조의 이른바 송전철탑 고공 농성이 끝나자 이번엔 정규직 노조의 하투가 벌어질 판이다.

이 회사 노조가 이번 단체협상에서 제시하고 있는 요구사항은 무려 180개나 된다.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하는 것을 비롯, 기본급과 상여금 인상에다 퇴직금 누진제 보장, 미진학 자녀의 취업지원을 위한 기술취득지원금까지 포함돼 있다. 회사 측이 이런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려면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 9400만원보다도 많다. 노조는 이제까지 17차례나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 이런 요구조건을 끝까지 고수하더니 결국 파업 결의로 치달았다. 처음부터 파업을 염두에 두고 수순을 밟아왔던 모양새다. 9월 노조위원장 선출을 앞둔 주요 계파들 간 선명성 경쟁이 강경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가뜩이나 현대차는 주말특근 수당인상 문제로 상반기에 공장이 10주 연속 주말에 가동 중단돼 큰 차질을 빚었던 터다. 생산 차질에 따른 손해 비용만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는 지난 2분기 매출 증가율이 5.7%로 둔화되고 급기야 영업이익은 5.2% 감소하는 어닝쇼크였다.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무엇보다 노동생산성이 세계 최저수준이다. 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7시간으로, 포드(20.6시간), 닛산(18.7시간)보다 길다. 여기에 내수시장에서도 일본 등 수입차에 입지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살리기가 비상인데도 강성노조는 오직 기득권 강화 외엔 안중에도 없다. 생산성은 안 올라가는데 노동비용만 상승하면 기업은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해외로 내쫓는 형국이다. 현대차 위기론이 제기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