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음원 사재기 대책을 발표하는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  /연합뉴스
8일 음원 사재기 대책을 발표하는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 /연합뉴스
“3억~5억원을 들이면 신인 가수라도 주요 음원 차트 10위권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어요. 실제로 음원 사재기의 결과로 의심되는 곡도 상당히 많은 상황입니다. 파일 다운로드보다 주로 스트리밍 음원을 통해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어요.”(대형 기획사 관계자 A씨)

음악 차트 순위를 조작하거나 저작권 사용료를 많이 얻기 위한 ‘음원 사재기’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3분짜리 음악의 경우 24시간 동안 480번밖에 틀 수 없지만 음원 사재기꾼들은 전용 프로그램을 동원해 하루에 1000번 이상 재생해 음원 차트를 조작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부당 행위가 심각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음악산업진흥법에관한법률을 개정해 음원 사재기 금지 및 제재조항 등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권리자,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와 합의해 음원 사재기 기준을 마련하고, 사재기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 사용료를 받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가요 순위제·음원 매출 종량제가 화근

음원사재기 땐 저작권료 박탈
음원 사재기는 멜론, 벅스 등 음악 OSP 사이트에서 이뤄진다.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실연자, 음반제작자)가 특정 음원을 반복적으로 구입하거나 마케팅 관련자에 음원을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다.

올해 들어 지상파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제가 잇따라 부활하고 지난 5월 스트리밍 횟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내는 음원 매출 종량제가 도입되면서 대중음악계에선 음원 사재기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인부터 유명 가수까지 음원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음원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쉬워진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제가 부활하면서 음원 사이트 순위도 상당 부분 반영하게 됐다. 방송 출연 기회를 확보하려는 기획사로선 음원 순위 높이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예전에는 스트리밍 음원을 아무리 많이 들어도 저작권자가 받는 돈은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음원 매출 종량제가 5월 도입되면서 음악 지식재산권 3단체(음악저작권협회·음원제작자협회·음악실연자연합회)는 스트리밍 1회 이용당 3.6원을 받게 됐다. 음원 사재기를 통해 본전 이상을 되찾을 수도 있는 셈이다.

○끼워팔기 없애고 다운로드 비중 높여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해 추천을 통한 ‘끼워팔기’도 없애기로 했다. 대부분 음악 사이트들은 순위 차트에 ‘추천곡’을 표시하고 있다. 1위보다 윗자리를 차지해 노출도가 높고 순위에 오르기도 쉽지만 추천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대신 추천 기능을 위한 별도 페이지를 새로 만들도록 했다.

또 공정한 차트를 만들기 위해 스트리밍보다 다운로드 반영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짧은 음원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실시간 차트’도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음원 사재기는 장기적으로 음악산업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련 업계 종사자가 이런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