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간부가 부실회계 무마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금감원 직원의 수뢰 사건으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봤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서영민 부장검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2국장을 알앤엘바이오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윤 전 국장은 2011년 1월 알앤엘바이오로부터 부실회계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당시 허위자료 제출, 매출 및 이익 과대 계상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해 5월에는 과징금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고발 등의 조치가 행해졌으나, 회계처리 위반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상장폐지 처리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2012년 감사 결과 '의견 거절'을 받고 지난 5월 상폐됐다.

피해자는 금융당국의 '눈감아주기'가 벌어지는 동안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다.

2011년 5월 당시 알앤엘바이오의 주가는 2800원대였지만, 상폐로 정리매매가 진행되기 직전에는 자본잠식과 라응찬 회장의 대규모 지분 매각 등의 악재 때문에 1300원대로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정리매매 기간에 들어간 후 최종 종가는 278원으로 알앤엘바이오는 올해 5월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당시 제대로 검사가 이뤄졌더라면 이후 추가적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금감원 직원의 뇌물수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 준 것이 적발돼 금감원 간부 등 직원 여러명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히 윤 전 국장이 뇌물을 받은 2011년 1월은 저축은행들의 무더기 영업정지를 앞두고, 금감원의 감독 시스템과 직원들의 부실 검사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버젓이 거액의 금품을 받고 상장사의 부실회계를 무마해준 사건을 일으킨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부임 이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금감원 직원의 비리 사건으로 금융회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는 또다시 추락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옸음에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해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금융공직 유관단체 중 최하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