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여름나기] 보양식으로 '든든하게'…쿨~ 비즈로 '시원하게'
여름철 기업 경영 현장의 최대 ‘복병’은 무더위다.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면 사무실은 물론 공장 내부는 찜통이나 다름없다. 직원들의 근무의욕과 함께 생산성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더구나 올해는 일부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난으로 예년보다 강도도 높은 절전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무더위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업들의 그 노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1. “여름엔 잘 먹는 게 최고”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기업들이 준비한 첫 번째 방법은 ‘보양식’이다. 무더위로 몸이 처질 때는 역시 ‘먹는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은 생산 현장 곳곳에 식염포도당과 냉동생수를 제공하는 제빙기 140대, 정수기 420대를 설치했다. 식당에서는 1주일에 세 번 한방갈비탕, 전복닭다리백숙, 닭해물찜, 장어양념구이, 돈삼겹수육 등 여름 보양식을 메뉴로 내놓는다.

삼성코닝도 혹서기인 이달부터 충남 천안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을 위해 팥빙수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를 혹서기로 정하고 매일 오후 공장 근로자들에게 아이스크림, 수박화채, 얼음 미숫가루 등의 특별 간식을 준다. 대우조선해양도 ‘보양음식’으로 직원들 건강을 챙긴다. 여름철 무더운 선박 건조 현장 속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7~8월에 전복닭백숙, 추어탕, 장어탕, 한방돈갈비찜 등 보양식을 주 1~2회 제공한다. 한화케미칼도 울산공장 직원들을 위해 매주 한 번씩 삼계탕, 갈비탕, 추어탕 등을 제공한다.

#2. “좀 더 시원하게”… ‘특수장비’ 제공

[산업현장의 여름나기] 보양식으로 '든든하게'…쿨~ 비즈로 '시원하게'
보양식으로도 무더위를 해결할 수 없다면 ‘특수장비’(?)를 써야 한다. 빌딩관리 전문 계열사인 한화63시티는 고급부채 1000개를 만들어 입주사 임직원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부터 엔진 룸이나 탱크 등 무더운 작업장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대형 스폿쿨러와 신형 냉풍조끼를 보급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노트북이나 PC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USB형 소형 선풍기를 나눠줬다. 또 부채와 차가운 소재의 쿨방석도 배포했다. 용접 작업이 많은 삼성중공업은 현장 근로자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에어쿨링 재킷을 지급했다.

#3. “더울 땐 쿨 비즈 패션으로~”

시원하게 입는 것도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정장에 넥타이보다는 노타이·노재킷이 더 시원한 법. 현대·기아차는 예년에 7~8월 두 달간 실시하던 하절기 복장(노타이·노재킷) 착용기간을 올해는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4개월간으로 확대했다. 삼성그룹도 지난달부터 ‘반소매, 노재킷’을 여름철 드레스 코드로 정했다. 이달 초에는 일반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경영진과 계열사 사장들이 반소매·노재킷 차림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은 아산공장과 정읍공장 직원들을 위해 가볍고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쿨링 소재의 작업복을 지급했다.

#4. 직원사기 진작엔 역시 휴가

여름휴가는 마지막 카드다. 최근엔 기업들도 직원들의 재충전을 지원하는 데 적극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직원들이 휴가기간 가족들과 함께 쉴 수 있는 휴양소를 운영한다. 모든 사업장이 하계휴가에 들어가는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주요 해수욕장 및 캠핑장에 하계휴양소를 마련, 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하게 해준다. GS그룹 발전 계열사인 GS EPS도 직원들에게 여름철 최장 2주 동안 강릉, 영월, 문경, 부산 등의 고급 리조트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한화그룹도 전국 12곳의 한화리조트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5. “공장 멈출라”… 절전 총력전

전력난이 심각한 올여름엔 절전도 기업들의 여름나기의 핵심 포인트다. 자칫하다간 전기가 끊겨 공장이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7월부터 5대 에너지 절약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운행시간을 줄이고 주차장 일부 전등을 끄며, 건물 로비 조명도 절반만 운영하는 캠페인이다. SK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절전 모델을 도입했다. SK케미칼의 에코랩 건물은 전기 절약을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태양광시스템 등 40여가지 첨단 에너지 기술을 적용했다. GS칼텍스는 전력난에 대비해 여수공장 운전시간 조정, 불필요한 전원 차단 등으로 전기 수요를 줄이고 있다. 자가발전기를 최대한 활용해 전력사용량도 분산한다.

삼성그룹은 절전을 위해 사무실 온도를 28도로 유지하고, 조명 70%를 소등하는 등 총력 절전체제에 돌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