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0

신인·무명 연예인이 주로 애용…클라라·강예빈 등 부각
"공영성 희박해진 방송과 말초적 마케팅 만나 사회의식 약화"


무더운 여름, 뜨거운 건 태양뿐만이 아니다.

TV와 인터넷도 연예인들의 과감한 노출 패션으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몸매 노출 경쟁이 좀 더 노골적이고, 일반화됐다는 평가다.

화제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인지도가 낮은 무명이거나 신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는 이들이지만 성(性)의 상품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 강예빈부터 클라라까지 = 지난 20일 케이블 채널 tvN의 생방송 코미디쇼 'SNL 코리아'가 방송된 후 호스트(주인공)인 가수 김완선 못지않게 관심을 끈 인물은 클라라였다.

이날 방송부터 고정 출연진으로 합류한 그는 과감한 패션과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

자신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노출 패션을 스스로 풍자하며 'SNL 코리아'의 '19금 개그'를 이끌었다.

노출 패션으로 얼굴을 알린 이는 클라라뿐만이 아니다.

신인 배우 여민정은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드레스 어깨끈이 풀리면서 가슴을 노출하는 '해프닝'으로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섹시한 이미지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연예인의 대표주자는 강예빈이다.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강예빈은 한국 최초의 UFC 옥타곤 걸(격투기 경기 중간 피켓을 들고 경기장을 돌며 라운드를 알려주는 여성)로 얼굴을 알렸다.

육감적인 몸매와 솔직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최근 투니버스의 어린이 드라마 '벼락맞은 문방구' 주인공을 꿰차기도 했다.

개그우먼 곽현화는 이화여대 수학과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과감한 의상을 즐기는 그는 사회비판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을 차별화한다.

◇ '효과적 홍보수단' 인식…미디어 상업화도 한몫 = 이러한 현상을 두고, 자신을 알리려는 연예인의 욕심과 대중의 말초적인 욕구가 맞물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과 관련한 이슈는 관심도가 높은 만큼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에게 효과적인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클라라는 2006년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못했다.

이성민이라는 본명으로 활동하던 그는 이름을 클라라로 바꾸고, 섹시한 이미지를 앞세우면서 비로소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프로야구 시구 의상은 그를 단번에 인터넷 검색어 1위로 올려놨다.

클라라는 지난 3일 작가 공지영이 연예인의 노출 경쟁을 안타까워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답글을 통해 섹시한 이미지는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는 당시 "내게 관심은 직장인 월급과 같고, 무관심은 퇴직을 의미한다"며 "월급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것. 하지만 월급이 삶의 목표가 아니듯 내 목표도 관심이 아니다.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여민정도 자신의 노출 사건을 비꼰 'SNL 코리아' 방송 후 트위터에 '이름을 거론해줘 영광이고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대중의 관심에 목말라 있었음을 드러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섹시한 의상이나 몸매로 화제가 되는 것은 단시간에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연예인이 유혹을 느끼기 쉽다.

연출자도 조금이라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이미지로 고착될 위험도 있지만 당장 작품 하나가 아쉬운 연예인이라면 이런 유혹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선정적 노출 경쟁에는 선정성을 좇는 대중과 미디어의 행태도 한몫했다.

선정적인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을수록 방송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섹시한 이미지의 연예인을 십분 활용하고, 연예 관련 매체가 이를 선정적인 사진과 문구로 재생산하면 누리꾼의 클릭 수가 집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문제는 이런 경쟁이 과열할수록 성을 상품화하는 태도가 확산하고, 사회 전반의 의식 수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대 주은우 사회학과 교수는 "방송 미디어가 상업화하고 방송의 공영성이 희박해지면서 최근에는 최소한의 자기 절제마저 잃어가는 양상을 보인다"며 "크게 보면 우리 사회의 공적인 의식이 약해진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