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선상 카지노 허용…내국인은 출입금지
지난해 2월 국내 첫 크루즈 선사로 야심차게 출발한 ‘하모니호’는 400억원의 적자를 내고 1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로 선상 카지노를 도입하지 못해 주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달 초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를 떠나 제주도에 기항한 말레이시아 국적 스타(star) 크루즈사의 8만급 마리너호의 승객은 2500명에 달했다. 이 배의 1인당 운임은 평균 500달러로 운임 수입만 125만달러다. 또 카지노 시설을 통한 수입은 크루즈 선박 전체 매출의 40%에 달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 선상 카지노 도입을 골자로 한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을 포함시킨 것은 크루즈 선박 한 척 없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국적 크루즈 선사를 본격 양성하기 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돈벌이 수단’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크루즈 상품 이용객은 2014만명으로 2000년 이후 연평균 10.3%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선사의 재정 상태 등을 감안해 선상 카지노 도입을 허용한다는 방침 아래 2만급(800여명 탑승) 이상의 크루즈선에는 카지노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내국인 출입은 금지된다. 일각에서는 바다 위를 운항하는 크루즈선 내부에서 내국인 출입을 막는다는 게 현실성이 결여된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외국 크루즈 선사 유치 확대를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현재 3선석(배를 대는 장소)에 불과한 크루즈 전용부두를 2020년까지 12선석으로 늘릴 계획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크루즈 여행으로 온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에서 평균 998달러(약 110만원)를 쓴다. 부산항에 머물면서 당일 코스로 경주 불국사를 방문하고, 인천항에 들러 서울 명동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 식이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