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시중 부동자금 767조 '사상 최대'…불안심리 확산
현대경제硏, 시중 부동자금 767조 '사상 최대'…불안심리 확산
시중 부동자금이 760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주식·채권시장마저 불투명해 단기 상품으로 돈이 몰린 탓이다.

17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등의 6개월 미만 단기 상품을 모두 더한 단기 부동자금은 767조8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보다 26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직전 사상 최대였던 2010년 5월의 752조8000억원을 넘었다. 금융회사에서 나와 사람들의 지갑이나 장롱 등에 풀려 있는 현금까지 포함하면 814조5000억원에 이른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작년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단기 부동자금 비율은 58.3%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의 65%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들어 이 비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저금리로 인해 정기예금에 투자할 매력도 크게 낮아진 상태다.

최근 단기 부동자금의 증가는 가계가 주도했다. 가계의 단기 부동자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 39.8%에서 올 3월 말 40.7%로 0.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기업은 27.0%에서 25.9%로 떨어졌다.

금융권 내에서 시중 부동자금은 은행에서 증권사로 몰리고 있다. 은행으로 들어온 단기 부동자금 비중은 3월 말 67.3%로 2009년 말(73.4%)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 종금사 비중도 1.4%로 1.7%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증권사 비중은 16.9%로 8.5%포인트 높아졌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형에서 실적형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자산 거품 현상을 유발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