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국회의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한화건설이 진행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앞줄 왼쪽)과 아야드 마지드 이라크 국회 사무총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한화건설 제공
강창희 국회의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한화건설이 진행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앞줄 왼쪽)과 아야드 마지드 이라크 국회 사무총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한화건설 제공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한화건설뿐만 아니라 이라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책사업입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 일대.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에 달하는 사막의 무더위 속에서 수십 대의 불도저들이 땅을 고르게 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각종 장비를 운전하는 건설 근로자들도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글로벌 경영전략의 하나로 한화건설이 지난해 5월 수주한 80억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공사 현장 모습이다.

케냐·탄자니아·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3개국 방문을 마친 강창희 국회의장도 이날 이라크 정부로부터 비스마야 신도시에 대한 중요성을 전해듣고 현장을 직접 찾아 관심을 끌었다.

○해외건설 최대 규모 … 창조경제 모범


강 의장은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건설 및 협력사 임직원 400여명과 가진 오찬에서 “이라크의 신도시 건설사업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그다드 외곽의 비스마야 지역에 분당신도시(1960만㎡)에 가까운 1830만㎡(약 550만평)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총 공사금액이 8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649억달러)의 12%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이 역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한화건설은 2020년까지 도로 상·하수관로 등 기반시설을 포함, 10만가구(60만명 거주)의 주택을 짓는다. 하루 평균 2만6000명의 인력이 투입돼 6400t의 콘크리트가 사용되는 대공사다. 건설에 쓰이는 주택 벽체와 지붕 슬래브 길이를 합치면 1만3000㎞로 바그다드에서 서울까지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강 의장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연 55만명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데다 국내 연관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창조경제의 사례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사 수주를 계기로 우리 기업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7년 뒤 성공적으로 사업이 끝나면 세계가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힘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장은 외곽 펜스 둘레만 20㎞에 이르는 초대형 건설현장과 현지 플랜트공장을 꼼꼼하게 둘러봤다.

강 의장과 동행한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도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는 100만가구 주택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한화의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이라크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2만여명의 인력이 머무는 베이스캠프는 물론 부지 조성, 하수처리시설 공사 등 인프라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각종 건축 자재를 만드는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생산공장은 5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주택은 내년 1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5년부터 매년 2만가구씩, 5년에 걸쳐 1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중소업체 공동 진출 … 동반성장 모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는 국내 중소협력업체와 건설 근로자들도 함께 진출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주택건설업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면 이라크 현지에 100여개 국내외 중소 자재 및 하도급 업체와 10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이 진출할 예정”이라며 “관련 기업들의 진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현장 투입인력 가운데 10%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50대 후반의 중동 건설 경험자로 선발하고 나머지 90%는 청년층으로 충원, 청·장년층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계획이다. 김승연 회장이 강조하는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 경영철학을 반영해 ‘고졸 출신 채용’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NIC와 KOTRA 등에 따르면 2017년까지 이라크의 재건사업 규모는 주택부문 800억달러, 교통인프라 460억달러 등 모두 27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사업지원본부장은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도시 설계부터 자재 조달, 시공까지의 모든 건설 공정을 한 묶음으로 수주한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방식’이어서 협력업체 등 유관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최대 국책사업 부상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알 말리키 총리는 같은날 바그다드 총리 공관에서 강 의장을 만나 “한화건설이 진행 중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순조로운 진행에 만족한다”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근면함에 크게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0조원 규모로 계획된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에 한화건설을 비롯한 한국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바그다드에서 열린 ‘한·이라크 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알 말리키 총리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자 “한화, 퍼스트(first)! 한화, 퍼스트!”를 연발한 뒤 한화 측 관계자들에게 김 회장의 안부를 묻고, 쾌유를 기원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