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열린 취임식에서 임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밝게 웃으며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열린 취임식에서 임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밝게 웃으며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취임했다.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의 99.6%(주식수 기준)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는 취임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잘하는 분야(소매금융)를 중심으로 한 내실 다지기, 비은행 부문 강화, 주인의식 고취를 통한 리딩뱅크 위상 회복’이라는 세 가지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무리한 자산불리기 자제할 것”

임 회장은 무리한 자산 불리기보다는 KB지주의 강점인 소매금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매금융은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라며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 역량과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고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의지를 ‘시우(時雨)’라는 말로 표현했다. ‘때맞춰 내리는 비’ 같은 존재가 돼 3000만 개인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다른 분야에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내세웠다. 그는 “기업과 소호 여신 등 잠재적인 위험 자산의 부실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에 대해서도 “글로벌 리딩뱅크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이미 진출한 해외 지역도 환경을 점검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나 채널은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어윤대 전 회장의 역점사업이었던 ‘락스타’ 점포와 ‘히든스타500’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졌다.

◆증권 등 비은행 부문 강화

임 회장은 “그룹 전체의 비중이 은행 부문에 너무 쏠려 있다”며 “비은행 부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만간 매물로 나올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KB지주가 업계 2위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17위인 KB투자증권과 합치면 업계 1위로 뛰어 오르게 된다. KB금융그룹 자산 중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76%)도 낮아져 안정적인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계 일부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의 소매금융 인력이 과다하다는 점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등도 같이 인수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KB지주가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인의식 고취로 리딩뱅크 탈환

임 회장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그만큼 직원들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병권 노조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내실 경영에 치중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취임사에서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임제선사가 한 말인 ‘수처작주(隨處作主)이면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어디에 있든 주인의식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참된 곳’이라는 뜻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나서면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