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성대·연대 선도…전통문화 체험 등 프로그램 차별화
"높아진 국내대학 위상·K팝 등 한류 영향"


여름방학을 이용해 국내 대학이 개설한 '서머스쿨'(국제하계학교)을 찾는 외국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개설 당시 교포 중심이었던 수강생이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지는가 하면 미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됐던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화 추세로 가고 있다.

대학들도 이에 맞춰 세계 유수 대학의 교수들을 초청하고 한국을 알릴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외국인 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순수 외국인' 학생 점점 늘어 = 9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진행 중인 국제하계학기(ISS)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1천727명으로 서머스쿨을 운영하는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다.

2008년 성균관대가 서머스쿨을 시작할 당시 학생 302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수강생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4년 국제하계대학을 처음 만든 고려대도 설치 첫해 281명에 불과하던 학생이 올해는 1천468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세대 서머스쿨에 등록한 학생도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었고, 이화여대와 서강대도 작년보다 20% 이상 학생이 증가했다.

몇 년 전까지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교포 학생과 국내 학생이 서머스쿨에 많이 등록했지만, 최근에는 외국 국적인 '순수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연세대는 최근 4년간 서머스쿨을 찾은 학생 중 외국인 비율이 90~95%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 학교는 올해 1천285명이 서머스쿨에 등록했다.

고려대는 2004년 외국인 학생 비율이 54%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지만, 올해는 8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는 2008년 외국인 학생이 161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1천47명으로 급증했다.

◇국적 다양…"국내대학 높아진 위상·한류 탓" =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고려대는 서머스쿨 개설 초기 미국·캐나다 등 미주지역 교포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네덜란드·스페인·체코·아랍에미리트 등 35개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왔다.

성균관대에도 34개 국가의 84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몰려왔다.

국내 대학이 이처럼 인기를 구가하는 데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가수 사이와 K팝 등 한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균관대 서머스쿨에 참가 중인 프랑스 출신 릴리아 즈미리(23·여)씨는 "어렸을 때부터 K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관심을 뒀다"며 "한류를 직접 경험하며 공부하고 싶어 한국 서머스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주요 대학이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질 정도로 한국 대학의 위상이 높아졌고, 대학들이 국제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홍보에 나선 것도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대학 간 업무협약을 맺고 하계수업도 학점을 인정해주는 등 내실있게 하계 학사를 운영하는 것도 각국에서 학생이 몰려드는 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유수대학 교수 초청·전통문화 체험 등 차별화 전략 = 서머스쿨을 찾는 학생이 늘면서 대학들은 프로그램 차별화를 고심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해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거나 한국의 가요와 영화, 음식 등 한국 문화 체험 행사와 연계하는 과정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강의에 방점을 찍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넬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 52명을 초청해 수업을 마련했다.

인문학·공학·자연과학 등의 분야에서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124개 과목을 개설해 선택의 폭도 넓혔다.

성균관대는 조선시대 대학 캠퍼스였던 명륜당과 대성전 등의 참관 코스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음식문화축제·보령 머드축제 등 한국 문화 체험 일정도 준비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한국적인 학풍과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서머스쿨에 참가한 학생이 다시 한국을 찾도록 인상에 남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경 김수진 기자 dkkim@yna.co.krvivid@yna.co.kr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