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올 1분기 상장 10년 만에 흑자전환 축포를 터뜨렸다. BMW의 첫 번째 전기차 'i3'도 이달 말 베일을 벗는다.

전기차 시대의 개막으로 국내 증시에서도 '2차전지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기대감을 받쳐주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삼성SDI는 전날보다 3000원(2.13%) 오른 1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최근 일주일 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올라 6% 가까이 뛰었다.

이같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것은 무엇보다 '테스라 효과'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 호조에 두달 만에 주가가 2배 뛰며 사상 최고가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밑돌아 부진할 전망"이라며 "테슬라의 흑자전환으로 2차전지 매출 성장에 대한 중장기적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테슬라 간의 실적 연결고리는 없다. 게다가 삼성SDI의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부문은 2015년까지 적자구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해 첫 양산에 들어간 만큼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슬라의 실적 견인은 핵심 사업부인 전기차가 아니라 탄소배출권 거래와 정부 보조금 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 매체인 오일프라이스는 테슬라의 흑자전환에 '거짓 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의 개막이 2차전지 시장의 덩치를 키우는 효과도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성장동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배터리시장이 크게 열리는 것은 2017~2018년부터가 될 것"이라며 "긴 호흡을 갖고 성장동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는 일부 종목들은 실적 부진 우려에 주가가 기고 있다.

피엔티는 2차 전지의 매출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에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10% 가까이 빠졌다. 엘앤에프의 주가는 올초부터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전병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크지 않아 관련 업체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