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책 속에서 만나는 상상박물관
역사적 걸작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찾아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봐야 할 작품은 많은데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관람객도 너무 많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도 온전히 감상할 시간은 1분, 아니 몇 십 초를 넘기 어렵다. 사정은 다른 미술관,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탁월한 예술평론가 필리페 다베리오는 그래서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박물관을 세웠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건물을 짓고 12개의 방을 만들었다. 개성이 분명한 방에는 가구와 조명도 세심하게 고려해 배치했다.

그러고는 각 방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걸었다. 실제 건물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만들고 책으로 보여주는 《상상박물관》이다. 그가 박물관의 건축가요 전시기획자다.

박물관 1층에는 중앙홀에 해당하는 ‘안티카메라’를 비롯해 ‘생각하는 방’ ‘도서관’ ‘그랑 살롱’ ‘점심식사방’ ‘프티 살롱’ ‘놀이방’이 있는데 직각으로 된 계단 아래에는 둥그런 그림을 하나 내걸었다.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성가족)’다. 계단 아래 두 개의 문 근처에는 초상화를 두 점 배치했다. 얀 반 에이크의 ‘붉은 터번을 한 남자’와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브라크 가문의 세 폭 제단화’다.

디베리오가 설정한 각 방은 하나의 주제를 제공한다. 도서관에는 카를 슈피츠베크의 ‘책벌레’, 점심식사방에는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과 장 프랑수아 드 트루아의 ‘석화가 있는 점심’을, 요리방에는 아드리안 판 위트레흐트의 ‘부엌 실내풍경과 벽난로 앞에 있는 여인’을 배치하는 식이다.

중앙홀에서부터 도서관, 침실, 부엌, 예배당 등으로 옮겨 가며 그림의 내용과 작가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솜씨도 탁월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