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 사용 금지 규정은 (아마추어를 포함한) 모든 수준의 골프 경기에 적용된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함께 세계 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아마추어 골퍼도 예외 없이 2016년부터 롱퍼터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인 골프채널은 4일(한국시간) 롱퍼터 사용 금지 규정을 아마추어에게는 프로 선수보다 늦게 적용해 달라는 미국 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의 제안을 USGA가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USGA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16년부터 적용되는 롱퍼터 금지 규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미국 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협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든 수준의 골프 경기에 단일 규칙이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골프채널은 USGA의 성명 가운데 ‘모든 수준의 골프 경기에 단일 규칙이 적용된다’는 문장은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프로와 똑같은 시기에 롱퍼터를 금지하겠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미 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지난 2일 롱퍼터 금지 규정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아마추어에게 롱퍼터를 금지하는 것은 2024년으로 늦춰 달라”고 제안했다.

앞서 USGA는 2010년부터 프로선수에게 클럽의 U자형 그루브(클럽헤드 페이스의 홈)를 금지하고 V자형 그루브만 쓰도록 하면서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2024년부터 늦춰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고려해 미 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아마추어에게 롱퍼터 금지 규정 적용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으나 USGA가 이를 일축한 것이다.

R&A와 USGA는 지난 5월21일 ‘앵커드 퍼팅(anchored putting·몸의 한 부분에 고정한 채 스트로크하는 것)’을 금지하는 골프규칙 14-1b를 명문화해 2016년 1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PGA투어는 그동안 롱퍼터 사용 선수들이 많은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 때문에 ‘롱퍼터 규제’에 소극적이었다.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도 당초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 PGA투어가 정책이사회 찬반 투표를 거쳐 롱퍼터 규정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2016년부터 프로 대회에서 롱퍼터는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아마추어 가운데서도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재미로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일반인에게까지 롱퍼터 금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골프장의 헤드 티칭프로인 마티 디안젤로는 “우리 골프장의 이용객 가운데 20%가량이 롱퍼터를 쓴다. 고등학생 때부터 롱퍼터를 쓰면서 골프에서 퍼팅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를 못 쓰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국에서도 롱퍼터 금지 규정은 예외 없이 2016년부터 적용된다. 국내 골프규칙을 총괄하는 대한골프협회가 R&A의 골프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오철규 대한골프협회 사무국장은 “골프 규칙은 세계적으로 똑같이 적용된다”며 “룰을 같이 적용하지 않으면 세계 랭킹 포인트 등의 문제가 생기므로 한국의 프로 대회에서도 2016년부터 롱퍼터 금지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도 별다른 단서조항이 생기지 않는 한 적용 시기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