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책 과감히 수용, 중간지지층 확보"< FT>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과 유럽 무대 양쪽에서 정치적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끊임없는 추측을 불러일으켜 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 '글로벌 인사이트'(Global Insight) 칼럼에서 메르켈이 승승장구해온 비결은 첨예한 갈등 이슈를 '둔화'시키는 능력에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켈은 매우 신중하다.

'비전'이나 '이데올로기'같은 말을 입에 올리기를 싫어한다.

대신 살림살이를 잘 운영해야 할 필요성을 항상 강조하는 실용주의자이며 카리스마와는 반대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독일에서 메르켈이 연거푸 정치적 승리를 거두고 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독일 정치학자들은 이를 '비대칭적 동원해제'(asymmetric demobilisation)라고 부른다.

이슈를 고의로 둔화시키고 반대 세력과의 첨예한 갈등을 진정시키는 전략이다.

유권자들은 안도감에 빠져들게 된다.

지지세력보다 반대세력이 더 안심하도록 설득할수 있다면 바로 승리의 방정식이라는게 이 전략이다.

독일 총선이 3개월도 안남은 상황에서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은 녹색당과 손잡고 메르켈 연정에 맞서는 중도좌파 세력으로 메르켈의 분명한 선택을 요구하는 정강정책을 들고 나왔다.

급증하는 인프라 지출비용을 예산적자없이 조달하기 위해서는 부자증세와 부동산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의 집권 여당은 지난주 대응방안을 내놨다.

증세반대 입장은 고수했지만 임대료 인상 제한과 최저 임금 보장, 생활보조금과 아동수당 인상 등 일부 정책은 노골적으로 야당 정책을 베껴냈다.

보수파 지지세력은 메르켈이 사회복지 지출 확대로 선회한데 대해 깜짝 놀라면서 현재 세수를 기준으로 공약이 지켜질수 있을지 우려했다.

그러나 메르켈의 공약은 중간 노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SPD와 녹색당을 지지하지만 열성적이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투표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않는다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좌우파 진영간 결정적 차이가 '정책'이 아니고 '인기도'가 기준이 되어버렸다.

인기도 경쟁에서 연마제처럼 거친 SPD의 대표주자 피어 슈타인브뤽은 부드러운 메르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FT칼럼은 메르켈이 신중하면서도 재미없는 따분한 플레이로 갈등을 희석시키는데 타고난 소질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jami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