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된 핵물질 신고안해…조선반도 비핵화요구"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로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 사항을 담은 '10·3 합의'에 응한 북한의 의도가 확인됐다.

2007년 9월 27∼30일 진행된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합의돼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10월 3일 공개된 10·3 합의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핵물질을 불능화하면 북한에 중유 100만t 상당의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0·3 합의에 대해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물질 불능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공개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당시 보고발언 내용을 보면 이런 우려가 상당한 근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로 10·3 합의 작성에 참여한 김 부상이 남북 정상에게 보고한 핵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한미 양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해 김 부상은 신고 대상을 "핵 계획, 핵 물질, 핵시설"로 규정했다.

그러나 "핵 물질 신고에서는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국과 교전 상황에 있기 때문에 적대상황에 있는 미국에다 무기 상황을 신고하는 것이 어디있는가"라는 이유를 댔다.

북한이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신고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음을 보여주는 언급이다.

핵 계획과 관련해서도 "농축 우라늄 문제는 해명되는 차제로 (신고)한다"고 했다.

10·3 합의에는 2차 북핵위기의 원인이 됐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는데 UEP에 대한 북측의 이런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핵시설 '불능화 방법'에 대해서도 한미와의 입장 차이가 분명했다.

김계관은 "(핵시설을) 못쓰게 만들지 아니하며 해외에 (시설이) 나가지도 않는다.

우리 땅에 보관하고 있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 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뢰가 아직도 거기까지 못갔다"고 말했다.

또 비핵화 개념에 대해서는 "우리는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들(미국 등)은 우리한테서 핵무기를 빼앗아내면 비핵화가 다 됐다고 생각하는 게 (양측간)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북한이 최근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핵 군축 회담을 미국에 요구하면서도 사용하는 표현이다.

2007년 10월 당시 김계관의 보고 내용을 볼 때 6자회담이 북한의 핵시설·핵물질 부실 신고 및 검증 거부 등의 이유로 2008년 말 좌초된 것은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일로 분석된다.

또 앞으로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수많은 난제가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