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싹쓸이 '지식공룡' 출현…네이버 '지식백과'
‘공룡 포털의 콘텐츠 독점인가, 아니면 열악한 콘텐츠 기업과의 상생인가.’

국내 1위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네이버 지식백과’를 크게 확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식인, 블로그, 뉴스, 웹툰, 웹소설 등에 이어 사전·전문지식 콘텐츠까지 네이버가 독점한다는 우려에서다. 지식백과는 ‘믿을 수 있는 검색결과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과학, 역사, 영화, 패션, 만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식 정보를 전문가들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식백과 이용 시간과 이용자 수는 매년 3배 이상 늘어 현재 모바일에서만 월 1000만명 이상이 지식백과를 쓰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인터넷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NHN의 전략이지만 콘텐츠의 독점에 따라 전체 인터넷 시장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HN “세계에서 가장 큰 사전 만들 것”


NHN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전을 만든다는 목표로 2011년부터 매년 100억원씩 투자해 지식백과에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추가해오고 있다. 영어 일본어 독일어로만 나와 있던 ‘브리태니커 비주얼 사전’을 최근 한글로 번역해 실었고, 지난 3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정리해 ‘문화원형사전’을 추가했다. 이런식으로 그동안 추가된 콘텐츠만 어린이백과, 맥주사전, 미술작품사전, 풍경·명승사전, 세계영화인명사전 등 1000여개에 이른다.

이소영 NHN 과장은 “사전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만 네이버 지식백과는 말랑말랑하고 재밌는 내용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스파이더맨’을 입력하면 스파이더맨의 탄생, 특징, 관련 영화, 다른 슈퍼영웅 등이 서술돼 나온다. 살림출판사 등으로부터 돈을 주고 콘텐츠를 사온 덕분이다. 전문필자들과 계약을 맺어 글을 올리기도 한다. 패션 쪽에서는 ‘키 작은 남자를 훤칠하게 바꾸자’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헤어스타일’과 같은 항목도 등재돼 있다.

◆콘텐츠 독점이냐, 상생 모델이냐


하지만 인터넷 업계에서 NHN의 콘텐츠 독점에 대해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컴즈의 한 임원은 “일부 사전은 NHN이 높은 가격을 부르며 독점 계약을 하는 바람에 다른 업체들은 콘텐츠를 추가하고 싶어도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HN이 70%가 넘는 검색점유율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끌어 들이고, 이를 통해 더욱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NHN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NHN의 ‘슈퍼 갑(甲)’ 지위 때문이다.

이에 대해 NHN은 “어려움에 처한 콘텐츠 생산자들과의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도 콘텐츠 생산에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네이버만이 매년 100억원씩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