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임원 30여명이 5일 일괄사표를 제출키로 했다. 우리금융지주 임원 7명도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겸 우리은행장에게 재신임을 묻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이 내정자에게 재신임을 묻는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이 내정자가 회장에 취임하는 14일 직후 우리금융그룹은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괄사표 제출해 재신임 묻기로

4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들은 이날 오전 경영협의회에서 이 내정자에게 5일 일괄사표를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괄사표를 내는 대상은 김양진 수석부행장을 포함한 부행장 11명과 상무 11명, 본점 내 본부장급 간부 등 총 30여명이다.

영업 일선에서 일하는 영업본부장 40여명은 일괄사표 제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회장이 바뀌고 대규모 인사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영업력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임원들은 이달 중순 회장에 취임하는 이 내정자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재신임을 묻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선 어느 정도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 내정자가 오는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하게 되면 임원들이 낸 사표를 선별 수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임원들도 곧 일괄사표를 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사 임원은 회장을 포함해 부사장 4명, 전무 1명, 상무 2명 등 총 8명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사 인력과 조직은 사실상 판을 새로 짠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경영진 교체폭도 커질 듯

우리은행 및 지주사 임원들이 이 내정자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동반 사의를 표명키로 하면서 자회사 CEO 및 임원들도 여기에 동참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내정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회사의 CEO 임기는 의미가 없다”며 “CEO가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가 인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금융 자회사는 13곳이다. 지난 3월 임기가 끝난 권숙교 우리FIS 사장과 이승주 우리PE 사장, 지난달 말 임기만료된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 등에 대한 후임 인사는 곧 이어질 예정이다. 공석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엔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돼 있다. 송기진 광주은행장과 박영빈 경남은행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등 8개사 CEO의 임기는 아직 남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장이 새로 선임되는 만큼 자회사 CEO들이 재신임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최근 선임된 일부 자회사 CEO를 제외한 대부분 CEO들이 교체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CEO가 선임되면 자회사별로 임원들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져 우리금융그룹 임원 물갈이 폭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내정자의 우리은행장 임기를 내년 3월에서 12월30일로 연장해 회장 임기와 맞추기로 했다. 5일 이사회와 임시 주총을 열어 이를 확정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