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분식회계와 책임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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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이슈 & 포인트] 분식회계와 책임 소재](https://img.hankyung.com/photo/201306/AA.7517391.1.jpg)
그렇기 때문에 증권선물위원회가 재무제표 분식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도 회사의 징계 수준과 감사인(회계법인 또는 감사반)의 징계 수준을 어떻게 균형 있게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재무제표 공시의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이 주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회계 전문가가 없는 중소기업이라면 감사인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회사 또는 감사인의 책임이 개인의 책임인지 기관의 책임인지 하는 것도 문제다. 법은 감사를 개인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법인 또는 감사인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책임 구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회사의 경우 중요한 위반사항은 회사에 대한 조치 이외에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돼 있다. 많은 경우 회계부정의 실제 업무 지시자가 대표이사임에도 임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일부에서는 감독기관의 분식회계·부실감사에 대한 조치가 솜방망이라서 조치를 받아도 별것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기업의 투자자들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과 더불어 문제가 된 거의 모든 건에 대해 징계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징계의 강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분식회계 책임이 기업이 아닌 감사인에 있다는 오해가 깔려 있다.
원칙적으로 분식회계 책임은 기업이며, 부실감사 책임은 감사인에게 있다. 감사인은 인력과 시간의 한계 속에서 주어진 서류상 정보에 근거해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정부기관이나 연구기관의 도움을 받은 뒤에도 기업의 실상을 재무제표가 정확하게 반영했는지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경찰 열 명이 도둑 하나 막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회계부정을 적발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중에 전모가 밝혀진 뒤에는 한 명의 경찰이 충분히 도둑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도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성규 < 연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