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는 이달 27개 아파트단지의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사업체 선정과 장기수선충당금 집행 등에서 254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27개 단지 모두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 등에 적발된 아파트 비리 사범은 전국적으로 6000여명이 넘는다.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이 짜고 보수공사와 시설유지비를 부풀린 뒤 공사업체에서 뒷돈을 챙기거나 인건비를 횡령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를 중심으로 이권 다툼과 관리비 부풀리기, 불법 수의계약을 통한 공사 수주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입주민들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 관리비를 둘러싼 잡음이 독버섯처럼 만연해 있다.

아파트 관리 비리의 원인 중 하나는 관리비 집행의 불투명성이다. 관리비 집행과 각종 용역 상황이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 등 소수에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관리비가 이른바 ‘눈먼 돈’이 되고 있는 것은 일부 동대표와 관리회사가 합심해 비용 일부를 유용하는 등 집행에 대한 투명성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입주관리팀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공정하게 관리회사를 선정하려고 하지만 각종 이권이 얽혀 있어 여전히 비리의 온상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입주민도 모르게 주차장 수익이 누락되거나 전기료가 높은 단가로 부과되는 등의 비리가 적발되기도 한다. 시공사나 시행사 친인척들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주택관리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관리비 유용과 공사비 과다 지출 등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지도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는 최근 법률·회계·기술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43명이 참여하는 ‘맑은 아파트 만들기 추진단’ 발족하고 공동주택관리 합동조사, 법령·제도 개선 추진 등을 전개한다. 시는 관리비 소송 등 민원 발생 단지를 중심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해 관할 구청과 합동으로 공공주택관리에 대한 집중 조사를 실시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